일동제약 ‘벨빅’ 성공에 종근당‧광동제약도 뛰어들어
[뉴스핌=박예슬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구도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식욕억제제, 다이어트 보조제 등이 주를 이뤘던 비만치료 관련 시장이 이제는 비만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의약품 시장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비만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19억명 이상이 과체중이라고 밝혔다. 70억 인구 중 약 30%에 가까운 인구가 비만이거나 비만의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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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이 다른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강 문제’로 인식이 변하면서 최근 의료현장에서도 전문적인 비만 치료 방법을 도입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필요한 환자들에게 비만치료제를 처방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를 선도한 것은 일동제약의 ‘벨빅’이다. 미국 아레나제약에서 도입해 지난해 2월부터 판매된 벨빅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비만치료제 사상 첫 ‘블록버스터(연매출 100억원 이상)’로 올랐다. 시장점유율 2, 3위인 ‘푸링(알보젠코리아)’, ‘디에타민(대웅제약)’ 등이 연 60~7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벨빅의 성공 요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3가지밖에 없는 미국 FDA 승인 획득 비만치료제며, 두통·심혈관계 질환 등 부작용을 낮춰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잠재웠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동제약은 벨빅 등 주요 제품들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64.1%, 당기순이익은 78.7%나 늘어나기도 했다.
벨빅의 성공사례를 본 여타 주요 제약사들도 ‘칼날’을 갈고 있다. 광동제약은 미국 바이오사 오렉시젠 테라퓨틱스의 ‘콘트라브(Contrave®)’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지난해 8월 획득하고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역시 미국 FDA 승인 획득 비만치료약 중 하나다.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벨빅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만큼 시장성이 높다는 게 광동제약의 계산이다. 이에 따라 출시가 이뤄질 경우 국내에서도 두 제품이 경쟁구도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
기존 글로벌 제약사의 ‘제네릭(모조약)’이나 도입판매 위주로 이뤄졌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신약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종근당은 비만치료제 신약 ‘벨로라닙’의 호주 임상2B상(프레더윌리증후군 적응증제는 미국3상)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시험 도중 사망자가 발생해 임상이 일시 중단된 상태이나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벨로라닙은 종근당의 파이프라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품목이다. 특히 유전성 질환인 ‘프레더윌리 증후군’ 적응증 관련으로는 세계 최초인 점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견제약사인 휴온스도 비만치료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식욕억제제 ‘알룬정’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 화제몰이를 한 휴온스는 최근 한양대 공과대학과 ‘유전자 비만 치료제 특허 전용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휴온스는 한양대 공대가 개발한 지방제거 유전자치료제와 지방세포에 치료제를 운반하는 펩타이드로 구성된 약제 기술 특허를 사용, 치료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비만약 시장에서 4~5위권을 차지해온 만큼 자신 있는 분야라 관련 기술을 선점했다”며 “기존 비만치료 관련 일반‧전문약으로 구축해 둔 시장에서의 입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