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골프전문기자]문경준(34·휴셈)이 올 시즌 비상을 위해 베트남에서 동계훈련 중이다.
그는 지난 해 ‘제34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투어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공황장애를 딛고 차지한 우승이다.
문경준 <사진=KPGA> |
베트남에서 동계훈련 중인 문경준 <사진=KPGA> |
공황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 골프를 해서 그런지 그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사자성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는 “군복무 기간 동안 책을 많이 접했다. 노자와 장자의 책을 주로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그 중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뤄진다.’ 라는 가르침의 상선약수가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후 공황장애로 힘든 시기를 보낸 사실을 털어놓은 적 있다.
그는 “2008년 시즌 이후 무언가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공황장애라는 정확한 병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증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이상 가지 못했다. 약을 처방 받았지만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약에 의지해야 할 것 같아 먹지 않았다”고 밝혔다.
힘든 2009년을 보낸 그는 고민 끝에 2010년 1월 군에 입대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하면서 복무 기간 동안 명상과 독서, 등산을 통해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상선약수를 마음속에 새긴 것도 이 시기부터다.
군복무를 마치고 2012년 KPGA 코리안투어에 복귀한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나갔다. 2012년 51위였던 상금랭킹은 2013년 22위, 2014년 7위를 거쳐 지난해에는 4위까지 올랐다.
그는 남보다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재학시절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동한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교양 과목으로 골프를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는 “사실 골프를 처음 접할 때 골프선수를 꿈꾸지는 않았다. 골프를 어느 정도 연마하면서 공부를 계속해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골프를 배울수록 흥미를 느꼈고 또 잘됐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연습생 출신이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근무가 끝나면 개인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잔디가 얼마나 소중한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골프장을 청결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늘 가지고 있어 시합을 하면서도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 항상 솔선수범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2014년 ‘KPGA 해피투게더상’ 을 수상하기도 했다.
‘팀 휴셈’ 소속으로 2016 시즌 준비를 위해 김봉섭(33), 김재호(34), 최이삭(36), 홍창규(35) 등 동료 선수들과 전지훈련 캠프가 마련된 베트남 남부 무이네에서 체력 훈련과 함께 미비점 보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는 “지난 해 퍼팅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실수를 해 스스로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던 이유에서다. 또한 하반기부터 체력이 떨어져 체력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에 체력훈련의 비중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 동안 부상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경기하는 것이 더 큰 목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골프전문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