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출 과도하게 의존…산업화·성장전망 부진"
[뉴스핌=김성수 기자] 지난 수년간 프런티어마켓(Frontier Market)의 '기대주'였던 아프리카가 '루저'로 전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아프리카 지역 성장 둔화 전망, 정책 실패 등 악재가 겹친 여파다.
2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프리카 자산이 지난 수년간 투자 전망이 낙관적인 것으로 평가됐으나, 이제는 원자재 가격 급락과 중국 경기둔화 그리고 일련의 정책 실패 등으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주식 시장과 통화 가치가 큰 타격을 받았다.
나이지리아는 올 들어 증시가 14% 빠지면서 전세계 주가지수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잠비아도 중국 경기둔화로 구리 수출이 급감, 작년에 S&P 잠비아 지수가 45% 급락했다. 잠비아 콰차화 가치는 같은 기간 달러대비 45% 하락했다.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에콰토리얼 기니 등은 전체 수출에서 원유가 90%를 차지한다. 잠비아의 경우 구리 수출이 70%에 이른다.
MSCI 아프리카 지수(파란색)와 MSCI 프론티어 마켓 지수(노란색) <출처=MSCI> |
아프리카 지역은 다른 프런티어 마켓과 비교해도 투자 성과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MSCI 아프리카 지수는 작년에 19% 하락하면서 MSCI 프론티어 마켓 지수(-14.07%)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 원자재 수퍼사이클 따라 '부침'
엑소틱스의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한 해 전만 해도 아프리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퍼지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제 그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무차별적으로 빠져나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아프리카가 원자재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고 지난 몇 년간의 원자재 시장 수퍼사이클에 안주하면서 자국 경제를 산업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아프리카에 투자됐었던 자금은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그동안 산업화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왔던 아시아 국가들에 재배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국가들은 원자재 순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 급락 위험에도 덜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아프리카 지역의 향후 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 이탈에 기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프리카 지역이 4% 성장에 그치면서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아프리카 지역의 투자 심리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나이지리아는 통화 평가절하를 거부했고, 가나는 부채 확대를 감수하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비중을 처분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 한 세기 가까이 투자했던 바클레이즈는 최근 바클레이즈 아프리카 그룹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와사치 프론티어 이머징 스몰 컨트리 펀드의 로라 게리츠 펀드매니저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더 이상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것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아프리카는 젊은 노동 인구가 풍부하다는 강력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