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유가 포함 상품 가격 전망 하향 조정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부터 구리와 철광석까지 주요 상품 가격이 기록적인 하락을 나타냈지만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월가 투자은행(IB)이 연이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세계은행(WB)이 주요 원자재의 80%에 해당하는 품목의 가격 전망을 낮춰 잡았다.
원유뿐 아니라 그 밖에 주요 상품시장이 일제히 과잉 공급과 이머징마켓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26일(현지시각)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제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37달러로 수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51달러에서 대폭 끌어내린 수치다.
국제유가 전망 <자료=세계은행 보고서> |
이란의 수출 재개가 예상보다 조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극심한 저유가에도 미국 석유업계의 감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WB은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47%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올들어 27% 추가 하락한 상태. 이와 관련 이날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아직 유가가 바닥에 이르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얀 스튜어트 CS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재고가 의미있는 감소를 기록할 때까지 유가 반등을 이끌어낼 만한 펀더멘털 측면의 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HSBC 역시 공급 과잉을 근거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의 향후 3년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WTI는 최근 장중 기준으로 배럴당 26달러 선까지 주저앉은 뒤 간신히 30달러 선에서 버티고 있다.
원유 이외 주요 상품 지수가 올해 내림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WB는 내다보고 있다. 46개 주요 상품 가운데 37개 품목의 가격이 올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상품 가격의 상승을 주도한 것은 이머징마켓의 강력한 수요였다. 하지만 중국을 필두로 관련 국가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한풀 꺾였고, 이는 수급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편 중장기적인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WB의 주장이다.
WB는 또 상품 가격 하락이 수입국의 민간 소비를 늘려 실물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수출국의 타격은 보다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 가격 하락에 따른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는 지적이다.
WB는 에너지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이 올해 3.7%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금속 상품의 경우 지난해 21% 급락한 데 이어 올해 10%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농산물 가격 역시 올해 1.4% 떨어질 것이라고 WB는 전망했다
원자재 명목 가격 전망(일부) <자료=세계은행> |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