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사업다각화 위해 현금 풀어..타 건설사도 매출 정체에 M&A 기웃
[뉴스핌=이동훈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울트라건설이 사실상 호반건설 품에 안기자 건설사 인수합병(M&A) 시장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사업 다각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건설업황 부진이 장기화돼 신규 ‘먹거리’를 찾기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호반건설도 이 같은 이유로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본지 2.5일자 "[단독] 호반건설 ′울트라건설′ 인수..사업확장 모색" 참고>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남기업과 동부건설, 우림건설 등이 매각 공고를 준비하고 있어 건설사 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호반건설이 법정관리 중인 울트라건설 인수에 나서자 건설사 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
경남기업은 이달 중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최근 회생계획안이 법원을 통과해 채무 탕감 및 신용등급 상향 등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이 회사의 청산가치를 2122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공익채권을 제외한 금액인 2000억원 정도가 매출 추정가다.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베트남 ‘랜드마크72’의 매각으로 M&A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상태다. 2012년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를 지을 당시 받은 차입금의 대출채권 규모는 총 6000억원 수준. 이 빌딩의 감정평가액은 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매각이 지지부진해 대출채권 상환에 애를 먹었다. 이 대출채권을 국내 기업인 AON홀딩스가 1500억원 할인된 4500억원 정도에 인수키로 해 한시름 던 것이다.
건설사 M&A 최대어로 꼽히는 동부건설은 내달 본격적으로 매각에 나선다. 이달 매각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선정했지만 매각가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M&A가 무산됐다.
매각가는 2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동부익스프레스의 후순위 채권 500억원, 동부하이텍 지분(10.17%) 현금 가치 800억원 정도가 포함된 금액이다.
동부건설은 매물로 나온 건설사 중 아파트 브랜드(센트레빌) 인지도가 높고 사업 영역도 가장 다양하다. 예비입찰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뛰어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회사측은 이번 매각에도 중국 및 중동 기업 등에 인수전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매각공고를 낸 우림건설은 오는 19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이달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2개 기업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최근 매각주간사를 선정한 동아건설산업과 작년 매각에 실패한 STX건설도 올 상반기 중 다시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들 건설사의 매각가는 200억원 안팎이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지난 5일 울트라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향후 건설사 M&A가 활기를 띨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본력을 갖춘 호반건설이 기업 인수에 나서 타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관심을 기울일 공산이 커서다. 작년엔 쌍용건설과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남광토건 등이 중동 및 국내기업에 인수됐다.
주택사업과 토목사업에 편중된 건설사가 적지 않다. 호반건설은 주택사업과 관련된 매출이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반도건설과 우미건설, 중흥건설 등도 주택비중이 전체의 80%가 넘는다. 그동안 선택과 집중으로 외형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 폐지 및 주택공급 포화 등으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M&A 매물 중 중소 건설사의 매각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규 사업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고 투자 리스크도 적어서다.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 1000억~2000억원대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중견 건설사가 많지 않다. 건설업황 부진에 타 기업군의 건설업 진출이 잠잠한 것도 한 이유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주택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울트라건설 인수로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타 건설사들도 이러한 고민에서 M&A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호반건설이 울트라건설의 인수가 사실상 결정돼 건설 M&A 시장이 작년보다 활발해질 공산이 커졌다”며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몸값 200억원 이하인 매물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M&A 매물이 많아 인수가격, 최근 실적 등에 따라 흥행 성적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