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장 불구 기존정책 노선 고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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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서울=김사헌 기자] 연초 글로벌 패닉장에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분위기가 예상보다 온건(dovish)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지만, '네거티브 서프라이즈(기대 이하의 반전)'으로 또 한 번의 시장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오는 26일과 27일 이틀간 진행될 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연방기금금리를 0.50% 수준에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른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90%에 이른다.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현장 <출처=신화/뉴시스> |
이번 회의 이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도 잡혀있지 않은 만큼, 시장의 관심은 오롯이 연준 성명서에 맞춰질 전망이다.
◆ 온건한 성명서 기대하는 시장
저유가와 중국 둔화 우려로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폭락장이 이어졌던 탓에 시장에서는 '도비시'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성명서에 미국 경제에 대한 중기적 탄력을 기대한다는 언급이 없이 높아진 위험들만을 강조한다면 이것을 '도비시'한 신호로 보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의 분석가들도 연준이 6월까지 관망세를 취할 것이며 "(성명서에) 3월 계획에 대한 언급도 없이 긴축적이게 변한 금융시장 여건과 저유가, 해외 상황으로 인한 위험이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도 지난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연준이 또 다시 금리를 인상한다면 굉장히 놀랄 것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가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글러스킨셰프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빗 로젠버그는 "연준이 한 번이라도 금리를 추가인상 하기 위한 기준이 너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올해 4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기존 정책 목표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차이는 지난주 2008년 이후 최저치로 축소됐는데, 이러한 수익률 커브 흐름은 연준이 성장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지나치게 낙관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 위험선호 부활 기대 '섣불러'
연준이 예상대로 온건한 태도를 보인다면 위험선호심리가 살아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앙은행 정책 효과로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모습이다.
모간스탠리 미국 통화전략대표 켈빈 체는 "이번 주 중앙은행들이 시장을 진정시키기 보다는 중국이 계속해서 분위기를 지배할 것"이라며 "중앙은행 완화 효과가 낙관론을 형성한다 해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커먼웰스뱅크 외환전략가 피터 드라기체비치는 "연준이 비둘기파와 매파를 모두 만족시킬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이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으면 시장은 이를 매파적 기조로 해석하겠지만 기존 방침을 바꾸면 비둘기적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이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도비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핸슨은 "위험이 하방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연준이 기존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관계자들이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비추며 이르면 3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프로빈은 "연준이 경제 전망에 대한 판단을 올해 첫 두 주 만의 상황으로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렌 젠트너도 "(연준이)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연준의 물가 전망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또다른 실수가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고 보고 숨어 있는 물가 압력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숨은 물가 위험, 저금리 장기화 부작용 우려하는 연준
당초 연준 관계자들은 국제유가가 더이상 떨어지지 않기만 해도 물가 압력이 연간 1%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올들어 다시 한 번 추락할 조짐을 보였고, 이에 따라 연준의 가정이 순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10달러 대로 떨어질 수 있지만, 연간 평균으로 보면 여전히 30달러 선 이상은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 압력은 줄어드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소비자물가 항목 중 3분의 1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용 면에서 압력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귀기울일만 하다.
미국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미국 노동부 통계국> |
미국 노동부 통계국보다 방대한 임대료 샘플을 분석하는 미국 부동산투자신탁 분석 전문기관 그린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에 의하면, 단독가구의 임대료는 지난해 4.5%나 상승했다. 이는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내의 '자가주거비(owners’ equivalent rent)'가 3.1% 상승한 것과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만약 그린스트리트의 분석이 맞다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물가 중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2.1%가 아니라 2.5%가 된다.
약 5만건의 임대인 및 부동산 소유주 샘플을 분석하는 노동부에 비해 그린스트리느는 11만7000건의 임대료 지급 사례를 집계한다.
근원CPI 집계치 차이가 작아 보일수도 있지만, 이 수치는 매년 미국인의 사회보장 지급비 변경은 물론 미 재무증권 물가채(TIPS)의 투자수익률의 변경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나아가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신현송 BIS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BIS> |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경제학자는 연준의 초저금리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낳은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신 수석은 장기 초저금리 정책의 결과로 중국 경제에 문제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신흥시장 전반의 기업 설비투자가 중단되거나 후퇴면서 성장 엔진이 급격하게 식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의 이례적 정책으로 "신흥시장 경기가 둔화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됐고, 중국 등의 문제점은 미국 연준 통화정책도 한 몫한 셈"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들이 너무 생산과 물가 안정에만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부채와 레버리지 증가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신 수석은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해 "저금리는 경기 부양 효과에다 풍요의 신호라고 하지만 실제로 위기의 신호이자 낮은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수익성이 떨어진 보험회사나 연기금리 좀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장기 자산을 매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이것이 다시 시중 금리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김사헌 기자(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