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하강 및 디플레 압박의 실마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과 주가 및 유가의 동반 하락은 장기물 채권 사이클에 뿌리를 둔 문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장기채 사이클과 스프레드 추이를 근간으로 볼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기가 적절치 못했고, 더 나아가 파열음을 내는 금융시장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침통한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
헤지펀드 그룹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대표는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가 동반 하강 기류를 타는 것이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조된 것은 장기채 사이클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공격적인 부양책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사이클로 불리는 단기물 채권 사이클은 8~10년 주기로 지속되며, 종료 시점을 맞은 상황이다. 또 장기물 채권 사이클의 경우 통상 50~75년 지속되는데 이 역시 막바지에 해당하는 시점이라는 것이 달리오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부채에 기댄 소비 성장은 한계를 맞게 마련이며, 실제로 한계가 닥칠 때가 곧 장기채 사이클의 상승이 종료되는 시점”이라며 “현재 상황은 과거 1935년과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긴축은 소비 증가율이 설비 증가율을 앞지를 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12월 연준의 금리인상은 부적절했다는 것이 달리오 대표의 지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장기채 사이클이 막바지 국면에 근접한 것으로 전제할 때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부양책이 실물경기를 살려내는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민간의 채권 발행을 늘리는 한편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양적완화(QE)는 이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달리오 대표의 주장이다. QE는 현금성 자산의 기대 수익률과 채권을 포함한 주요 자산의 기대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자산 매입을 유인,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
은행권과 자산운용업까지 자본이 배분되는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이 스프레드를 근간으로 움직이며,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클 때 QE의 효과가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QE가 작동하기에 최적의 여건이 아니라고 달리오 대표는 평가했다. 현금 대비 채권의 상대적인 기대 수익률이 낮고, 그 결과 채권을 포함한 주요 자산의 투자 수요가 꺾였다는 것. 자산 가격이 하락 압박을 받으면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파장이 번지고 있다고 달리오 대표는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민간 수요를 진작시키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고, 작은 충격에도 수요가 쉽게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달리오 대표는 “장기채 사이클이 종료를 맞는 한편 스프레드가 좁혀질 때 경기 하강 리스크가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이 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뚜렷한 상승 신호를 보낼 때까지 긴축을 보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연준의 실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게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월 금리인상이 부적절했다는 의견부터 세 차례에 걸친 QE와 장기 제로금리가 경제 펀더멘털을 다지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피터 베레진 BCA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완전 고용을 유지하는 중립적 기준금리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연준이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대응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