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장중 450p 폭락, 84년래 최악
낯익은 악재에도 저항력 없어
[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중국과 지정학적 리스크. 새롭지 않은 악재에 글로벌 증시가 곡소리를 냈다.
불과 7분 사이 벌어진 중국 증시의 패닉 매도와 폭락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출발부터 300포인트 밀리는 등 글로벌 증시는 아무런 내성을 보이지 못했다.
중동 지역도 마찬가지.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자들의 ‘팔자’를 재촉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 주가는 두려움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4일(현지시각) 뉴욕증시의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가 장 중 한 때 450포인트를 웃도는 낙폭을 기록하며 1만7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연간 첫 거래일을 기준으로 84년래 최악의 기록이다.
S&P500 지수 역시 2% 이상 밀렸고, 나스닥 지수 역시 세 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하며 4800선으로 내려앉았다.
상황은 유럽과 아시아 주요 증시도 마찬가지다. 독일 증시가 4% 이상 폭락했고, 영국과 프랑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600 지수 역시 일제히 2% 이상 떨어졌다. 일본과 인도 증시 역시 각각 3.06%와 2.05% 하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주가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는 경고가 2016년 첫 거래일부터 정확히 적중한 셈이다.
인베스텍은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의 패닉이 글로벌 증시 전반에 급락을 몰고 왔다”며 “투자 심리의 회복과 주가 반등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여름 중국 증시의 폭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상을 지연시킬 만큼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중국 증시 폭락에 대해 루안 샤오페이 창안 펀드매니지먼트 머니매니저는 “주가 낙폭이 확대되자 서킷 브레이커를 미리 예상한 투자자들이 매도 기회가 닫히기 전에 앞다퉈 ‘팔자’에 나서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 역시 새해 벽두부터 고조되는 양상이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의 대사관 공격 후 외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주가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았다.
카타르와 사우디 아라비아 증시가 일제히 2% 이상 하락했고, 두바이 증시 역시 2% 가까이 내렸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라비아의 채권 손실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이 밖에 쿠웨이트와 이집트 증기 역시 1% 내외로 일제히 하락했다.
나빌 파라트 알 파지르 증권 파트너는 “이번 상황은 예기치 못했던 일”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탈랄 투칸 알 라마즈 증권 리서치 헤드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치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의 중동 투자가 일정 기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해 첫 거래 초토화, 2016년 증시 적신호
글로벌 증시의 새해 첫 거래가 초토화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새로운 악재는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여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원유 공급 과잉 등 묵은 변수들이 해소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샘 스토벌 S&P 캐피탈 IQ 전략가는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언제고 패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경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주가 폭락의 경우 미국의 펀더멘털과 접목된 사안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러스 코스테리히 블랙록 최고투자전략가는 “중국 투매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뿐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내는 악재로 보기 어렵다”며 “이번 중국 투매 가운데 상당 부분 역시 기술적인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중국을 진원지로 한 주가 급락이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 중국 금융당국의 시장 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스티븐 룽 UOB 베이 하이안 이사는 “이번 사태는 중국 감독자들이 원치 않았던 일”이라며 “시장 패닉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