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때문...마땅한 대책없어 금융당국도 손놓아
[뉴스핌=박현영 기자] # A씨(21)는 지난 주 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패딩을 수선하기 위해 백화점에 있는 영업점을 방문했다. 수선비가 4만원이 나와 카드결제가 되냐고 물었지만 직원은 카드결제는 어렵다고 답했다. 카드결제를 거절당한 A씨는 현금으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매장의 직원은 "수선비는 현금 결제만 된다. 카드결제도 된다는 본사의 정책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카드로 결제하면 백화점 카드기를 사용하는 거라 백화점 매출로 들어간다. 그런데 수선은 백화점이 아니라 본사 수선업체에 맡기는 것이라서 현금을 받아 회사 수선실에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브랜드의 다른 백화점 영업적 직원 역시 "수선비의 경우 카드 결제가 어렵다. 아예 안되는 건 아니지만 현금으로 해야 본사로 입금이 가능하다"며 "본사로 입금하기에는 현금결제가 더 편하고 카드는 수수료를 떼서 현금결제를 먼저 얘기한다(권한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 측은 "본사에서 운영하는 수선실이 있다. 신용카드가맹점이고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예전에는 카드 결제 안됐지만 지금은 되고 있다. 일부 모르는 영업점이 있을 수 있지만 본사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것은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B 백화점의 한 신발 브랜드 직원은 "카드로 결제하면 백화점 매출로 들어간다. 그런데 수선비는 수선공장에서 하는 거라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받는다"고 전했다.
백화점이나 일반 영업점에서 신용카드 결제 거부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법으로 금지해놨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불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19조에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에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가맹점들은 불법인걸 알면서도 수수료 때문에 현금결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카드결제 거부가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도 신용카드 결제 거부가 계속되는 이유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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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최대 걱정거리, 69% 신용카드 정보 유출 우려 <사진=뉴시스> |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을 논의해야할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회는 중소자영업자들을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 거부 사례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엔 소극적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비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처벌조항이 있어도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를 모두 부담해야 하고, 카드거절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있다"며 "이렇게 (여전법) 조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꼼꼼히 따져볼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 영업점은 자영업자가 아닌 기업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을 지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잘 안 되는 사례들이 많다. 여전법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처벌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지만 신용카드가맹점인데 카드결제를 거부할시 여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안이나 대책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여신금융협회나 국세청에서 신고를 받는 등 잘못된 상황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박현영 기자 (young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