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불발 후 주가 급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4일(현지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감산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전세계 증시 에너지 섹터의 시가총액이 2300억달러 증발했다.
브렌트유가 이날 장중 배럴당 38.55달러까지 하락,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은 가운데 MSCI 월드 에너지 인덱스는 2008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엑손 모빌 <출처=AP/뉴시스> |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OPEC 회의 후 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파장으로 엑손 모빌의 시가총액이 110억달러 줄어들었고,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 역시 160억달러 급감했다.
원유 탐사부터 정제 등 주요 석유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3조9600억달러에서 이날 장중 3조7300억달러로 밀렸다.
연초 이후 MSCI 월드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섹터 가운데 에너지 업종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가 급락이 두드러진 금속 상품 섹터보다 커다란 손실을 낸 상황이다.
국제 유가는 18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OPEC은 산유량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년 원유 전망마저 악화되면서 유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내년 전세계 원유 수요 증가폭이 올해 하루 180만배럴에서 하루 120만배럴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OPEC이 감산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유가의 상승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형 프로젝트 철회와 구조조정에 이어 최근 연이어 배당 축소 및 폐지 계획을 발표한 석유 업체들이 내년 더욱 허리를 졸라 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알렉산더 앤들러 알파밸류 애널리스트는 “현 수준의 유가를 감내하기 위해서는 석유 업체들이 지금까지 단행한 규모의 구조조정을 또 한 차례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2위 석유업체인 셰브런이 내년 예산을 기존에 발표한 금액보다 24% 축소하기로 결정했고, 코노코필립스 역시 내년 자본지출을 25% 줄이기로 하는 등 이미 석유업체들은 고강도 긴축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은 만큼 추가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예산 삭감 등 전방위 긴축에 돌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107개 에너지 업체로 구성된 MCSI 월드 에너지 섹터 지수는 연초 이후 23%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손실액이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 최대 석유업체인 로열 더치 셸이 올들어 33% 폭락, 2009년 7월 저점에 근접했고 셰브런 주가 역시 20%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