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이 가전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중국 내에서 생산된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에 국가 '링파오저(領跑者 선두주자)'상표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일부 대 중국 수출 가전제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최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중국내 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가전 중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에 '선두주자' 상표를 부여키로 했다고 중국 매일 경제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3년 6월 가전 보조금 정책이 폐지된 이후 2년여 만에 처음 발표된 국가급 가전산업 지원 정책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선두주자 상표 제도는 냉장고, 에어컨, 평면 TV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중국의 현행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 2등급 이상의 제품들이 신청 자격을 갖는다. 수입 가전제품은 선두주자 상표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발개위는 이날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가전제품의 연구개발, 광고, 판매를 지원하는 제도"라며 "각 지방정부가 적합한 지원 정책을 실시, 선두주자 제품들의 시장 공간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특히 이들 제품을 정부 에너지 효율 구매 품목에 포함시켜 고정자산 투자, 인프라 사업 등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신력이 높은 국가 공인 상표가 부여되면 큰 광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가전 제품 판매 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상표를 획득한 기업에 대한 후속 지원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두주자' 상표제도의 신청 대상이 중국 본토에서 생산 판매되는 제품과 중국 현지에 등록된 독립 법인 제품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선두주자 상표 신청 대상이 아닌 수입 가전제품의 경쟁력이 로컬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중국 전자업계 전문 매체인 가전망은 새로운 정책에 수입가전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LG전자의 수입 OLED TV 는 정부인증을 신청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가전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해당 전자 제품 역시 에너지 효율 기준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선두주자 상표를 획득할 수 없어 판매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가전망은 "이번 상표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스카이워스 등 중국 OLED TV 생산 업체"라며 "연내 1만대 판매를 달성하기만 하면 선두주자 상표를 획득, 정부의 우선 구매 품목으로 선정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국가, 지방정부, 기업이 일련의 광고망을 형성, 가전 제품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유명 가전제품 평론가 류부천은 이번 정책에 대해 "고도로 시장화된 가전제품 시장에 지나친 개입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가전 기업들은 잇따라 이번 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상표 신청에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쉐쥔 TCL 멀티미디어 중국사업부 부총재는 "비록 직접적인 보조금 정책은 아니나 TCL의 선진 에너지 효율 기술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상표 신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젠궈 Galanz(格兰仕) 중국 에어컨사업부 총재도 "선두주자 상표를 획득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이미 준비된 상태"라며 "고객들이 선두주자 상표 획득 여부를 기준으로 비교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