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이끄는 NLD, 절대다수당 못 될 경우 행보 주목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얀마가 25년여 만에 처음 자유 총선을 실시했으나, 선거 당일부터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미얀마 전역에 설치된 4만500여 개 투표소에서는 총선 투표가 개시돼 큰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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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얀마 양곤의 한 개표소에서 선관위 직원이 개표할 투표 용지들을 보이고 있다. <출처=AP/뉴시스> |
이번 총선은 군부 독재가 정권을 잡고 있는 미얀마에서 25년 만에 실시되는 자유 선거다.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이번 총선에 참여했다.
투표가 마감된 직후 수치 여사의 지지자 수천명은 수도 양곤 북부의 불탑(佛塔) '쉐다곤 파고다' 인근 광장을 뒤덮고 승리를 외쳤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NLD가 승리한다고 해도 수치 여사는 남편과 자녀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다.
NLD는 의회에서 원하는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총 664석에 이르는 의석 중 절대다수를 차지해야 이미 25%를 선점하고 있는 군부를 누를 수 있다. 이에 따라 NLD는 이번 총선 승리를 예감하면서도 군부에 의한 선거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NLD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유권자에게 특별 투표권을 발급하는 방식과 함께 사전투표 절차에서도 군대와 정부 시설 등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투표를 하는 등 조작을 했다고 주장, 선거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이런 부정과 조작 문제를 들어 투표 결과에 불복종할 태세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일 수치 여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이미 공공연하게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게 치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진행되는 와중에 나온 보도들에 의하면, 수년 동안 준비된 이번 선거가 중대한 사고나 폭력 사태 없이 치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감시기구 쪽에서도 일부 투표 절차나 유권자 명단 집계 상의 문제가 보고된 것 외에 집단적인 조작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무려 90개가 넘는 정당이 참여한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테인 세인 현 미얀마 대통령은 이날 투표 후 기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종 여부는 NLD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수치 여사는 1990년 총선 때 NLD가 상하원 492석 중 392석을 얻으면서 압승을 거뒀으나 당시 가택 연금 상태로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에는 총선이 다시 실시됐으나 군부가 수치 여사의 출마를 불허했다.
이번 선거는 당초 하원 의원 330명과 상원 의원 168명 등 상하원 의원 498명, 주 및 지역 의회 의원 644명, 민족대표 29명 등 1171명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7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취소돼 상하원의 경우 491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유권자는 전체 인구 약 5300만명 중 3500만여명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