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장기침체로 벼랑 끝에 몰린 해운업계를 지원하고자 설립된 한국해양보증보험이 6개월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6월 보험업 본허가를 받았지만 자본금 규모가 작은 탓에 보증업무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약속했던 수준으로 자본금 규모를 신속히 늘여 어려운 해운업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4일 한국해양보증에 따르면, 현재 한국해양보증의 납입자본금 규모는 750억원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자본금 15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현재의 자본금은 해운업계의 선박발주에 필요한 보증지원을 위한 적정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해양보증 관계자는 "자본금 규모가 3000억원 수준이 될 때까지 즉 초기에는 보증규모를 자본금 규모 이내에서 실행해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며 "지금 자본금으로는 영업실적을 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보증은 선박건조를 발주하는 해운사에게 선박대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는 회사다.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에 통합되는 것을 계기로 별도의 선박보증기구 설립 필요성이 인정돼 지난해말 금융중심지인 부산시에 설립됐다.
이 보증회사에 대한 출자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나눠서 하기로 했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면 이들이 정부지원금만큼을 더해 출자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미 예산 3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에 현재 공공부문 출자규모는 600억원이 됐다. 연내 정부가 200억원을 추가하면 공공부문 출자액은 총 1000억원을 채울 수 있다.
반면 민간부문 출자는 올해 계획분 300억원을 채울 수 없는 실정이다. 해운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는 데다 출자분의 30%내외를 감당해야하는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50억원을 출자한 이후 추가 출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100억원을 추가 출자키로 선주협회와 MOU를 맺었지만 실행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해운을 제외하고는 해운업체 대부분의 신용등급이 BBB등급 이하로 한계선상에 있다. 자금조달 자체가 원활할 수 없고, 특히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은 그간의 회사채신속인수제 지원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해운업계에서는 공공부문이 좀더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업계 지원을 위해 과감한 선행 출자를 실행해 이분야에서 만큼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공부문의 출자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에 위반돼 제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선사인 COSCO가 국영 중국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신용제공을 받고 있고, 일본도 해운업계가 저리(1%)장기(10년) 회사채 발행을 돕고 있고, 프랑스 CMA CGM사도 정부지원으로 파산을 면한 사례가 있다는 것.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한국해양보증이 해운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중심지이고 회사가 소재한 부산시, 금융업, 조선업계 등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시작된 불황을 7년째 겪고 있는 해운업계가 정부차원의 전략적 지원을 간절하게 바랄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