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실적 비해 신용등급 양호기업 점검.."미 금리인상 충격 사전 대비"
[편집자] 이 기사는 지난 2일 오후 3시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한기진 기자] “두산 등 (큰) 대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안 나올 것 같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7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한계기업 정리와 관련, “옥석을 가리라”고 은행장들에게 주문한 뒤, 실무부서에 철저한 기업신용위험 평가를 명령했다.
이와 관련, 이 행장은 지난달 29일 기자와 만나 “실무부서에 좀 더 세밀하게 (기업을) 보라고 요구했다”면서도 “(큰 대기업은) 이미 (구조조정을) 많이 해서 큰 건은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 행장은 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뒤 한꺼번에 구조조정 기업들이 나올 경우(시장에 충격)를 우려하는 거다”라며, 최근 은행권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41개 주채무계열(2014년 말 기준 신용공여액 1조2727억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대기업 가운데 16곳을 차지하는 최대 채권은행이다. 두 번째가 KDB산업은행으로 14곳이다.
이 행장의 주문대로 우리은행 기업여신심사부는 우선 영업실적에 비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좋은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
갑작스런 자금 사정 악화설이 나온 재계 12위 두산그룹도 이 대상. 두산그룹 지주사격인 ㈜두산은 연결 기준으로 2013년 총 2조1036억원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벌어들였지만, 2014년에는 1조9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이상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9558억원에 그쳤다.
올해 6월 말 순차입금은 11조64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변화가 없지만, 현금창출력이 줄어들면서 상환부담이 커졌다. 특히 6월 말 현재 단기성차입금은 전체의 50.2%인 6조8642억원이며, 이 중 단기조달자금을 제외한 3조734억원 정도가 차환부담이 있는 자금이다.
우리은행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적자를 (주)두산과 두산중공업이 도와주면서 회사가 좋아졌다고 할 수 없지만, 손실 대부분이 정리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여유가 있고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 부문을 매각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STX에 대해서는 우려가 매우 크다. 현재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올해는 버틸 것으로 보지만, 저가 수주한 배들로 인해 손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 행장은 내년쯤 유동성 문제 등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1~2달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신용공여액(대출+보증 등)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12월에 나오는 시점이다.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91개사를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도 이 시기와 맞물려서 진행된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정상화시킬 기업을 물색 중으로 1~2달 내에 결정된다”면서 “초반에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수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출자한 유암코는 원래 부실채권(NPL)을 관리했지만, 금융당국이 기업구조조정 권한까지 줬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