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유지 위한 자사주 매입 비용 점차 높아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지급이 올해 1조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롭게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기업들이 넉넉한 주주환원으로 투자자들의 지갑을 채워주고 있지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해마다 가파르게 늘었다.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2014년 934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5년 5070억달러에서 84% 급증한 수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기업들은 자사주를 대규모로 사들여 유통주식수를 줄이고, 이를 통해 주당순이익을 부풀리는 한편 주가수익률(PER) 부담을 떨어뜨렸다.
전폭적인 주주환원이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 투자가들의 얘기다.
한편으로 주주환원은 향후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업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며, 벌어들인 수입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매출 부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투자 아이디어의 결핍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움직임에 해당한다.
일례로, 컴퓨터 업체 IBM은 2014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쏟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줄어들었다. 최근 12개월 사이 IBM 주가는 11% 하락했다.
주주환원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업의 주가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자사주 매입은 증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잠재 리스크를 발생시켰다. 실제 수익성보다 주당수익률을 부풀려 한계 수위의 PER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S&P 캐피탈 IQ의 마이클 톰슨 이사는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밸류에이션을 지탱하기 위한 기업의 자사주 매입 비용이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기업 수익성과 무관하게 주가를 밀어 올린 정황은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뉴욕증시의 전체 자사주 매입 가운데 IT 섹터의 비중이 27%에 달했고, 재량 소비재 섹터가 15%를 차지했다.
이들 업종의 주가 상승률은 올들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이들의 자사주 매입은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배당주로 분류, 25%를 웃도는 비중을 차지했던 은행주는 비중이 16%로 후퇴했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S&P500 지수의 금융주 섹터는 3%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