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단행해도 주가 떨어지면 GDP '흠집'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가 하락이 투자자들의 손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인 충격을 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주식시장의 향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이 과거 1998년 발생했던 폭락과 흡사한 강도를 지닌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과거와 같은 주가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나온 의견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주가 폭락에 중국 정부가 주요 주주의 지분 매도 규제를 포함한 고강도 부양책을 동원했지만 주가 하락에 제동을 걸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신뢰가 꺾이면서 증시가 더욱 강한 하락 압박을 받았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확대 가능성 언급과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역시 주식시장에 단기적인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을 뿐 추세적인 반전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MSCI가 15% 하락할 때 2년 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가 0.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가가 30% 떨어질 때 GDP는 1.5%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실물경기 충격은 선진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이 이머징마켓보다 선진국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 영국, 스위스는 GDP 대비 시가총액이 10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글로벌 증시가 또 한 차례 급락할 때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GDP 감소 폭을 일정 부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제로금리를 시행중인 미국은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며, 금리인하 여지를 가진 중앙은행은 이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부양책보다 주식시장의 향방이 경제성장률에 더욱 높은 파장을 미친다는 것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판단이다.
즉, 중앙은행이 부양책을 시행하더라도 주가가 30% 하락할 경우 글로벌 GDP는 여전히 1.1%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미 글로벌 주요국의 정책금리가 바닥권까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설명했다.
애덤 슬라터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증시의 과격한 매도가 종료된 것인지 일시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후자의 경우라면 주식시장이 극심한 조정을 보일 여지가 높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