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변화 '나몰라'…도 넘은 탁상행정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한국가스공사의 해외지사를 일괄 철수시키려는 정부의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시장 변화와 전략적 가치를 반영해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봐야 하지만 일괄적인 철수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도를 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가스공사의 미주지사가 꼽히고 있다. 셰일가스 붐으로 인해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말까지 철수해야하기 때문이다.
◆ 전략적 가치 커졌는데 '울며 겨자먹기' 철수
27일 정부와 가스공사에 따르면, 정부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가스공사는 올해 말까지 해외지사 5곳을 모두 철수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중국 지사를 이미 철수했고, 올해 인도네시아 지사도 철수시켰다. 남아있는 미주지사(미국 휴스턴 소재)와 중동지사(UAE 두바이 소재)도 올해 말까지 철수해야 한다(표 참조).
하지만 우리나라가 에너지의 70% 이상을 중동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지사의 필요성은 남다르다. 특히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글로벌시장 동향을 보다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주지사 역시 최근 미국이 셰일가스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 에너지 수출정책을 펴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정권마다 달라지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하고 있다.
강주명 서울대 자원공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경쟁국들은 저유가시대를 맞아 해외투자를 더욱 늘리고 해외네트워크도 확대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해외지사를 철수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들은 500년 전부터 에너지분야 투자를 해왔지만 우리는 이제 40년에 불과한 왕초보"라면서 "해외투자에 대한 보험료(투자실패)를 감내해서라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日 경쟁국은 해외투자 확대…"정부, 장기전략 세워야"
그러나 정부는 글로벌시장 동향이 급변하는 상황이지만 정권 초 수립한 지침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해외지사를 철수하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 방침의 일환이다.
하지만 해외지사 철수에 따른 재무적인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하고, 향후 사업을 전개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가스공사와 에너지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가스공사의 해외지사는 상주인원 1~2명 정도의 최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5개 지사를 모두 철수한다해도 감축되는 인원은 14명에 불과하고, 절감되는 비용은 연간 33억원 수준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몇 억원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내는데 발판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해외지사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정부 당국에 건의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중복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수시킬 계획이나 공사측이 존치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면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호현 산업부 가스산업과장은 "전략적인 지역에 지사나 현지법인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정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해외지사와 현지법인의 중복된 기능을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주지사를 비롯한 해외지사의 필요성에 대해 공사측의 설명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이제라도 공사측이 납득할 만한 근거와 활용계획 등을 제시하면 (철수 방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