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할리우드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톰 행크스는 휴머니즘을 극대화하는 조합으로 유명하다. 섬세하고도 힘이 넘치는 감독의 연출은 물론이요, 그에 부응하는 배우의 최적화된 연기가 주는 힘은 이미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와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 그리고 ‘터미널’(2004)을 통해 입증됐다.
2015년 다시 돌아온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선을 보일 영화는 ‘스파이 브릿지’다. 영화는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실화에 기반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 붙잡힌 나이든 스파이와, 소련 영공을 촬영하다 체포된 젊은 미 공군중위, 그리고 이 둘을 맞교환해야 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파이 브릿지’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소련 스파이 아벨(마크 라이런스)이 FBI에 붙잡히면서 막이 오른다. 미국 법조계는 형식적인 재판을 계획하고, 적임자로 유능한 변호사 도노반(톰 행크스)을 낙점한다. 하지만 도노반이 원칙을 내세우며 공평한 변호를 고집하자 파장이 커진다. 당연히 법조계는 골치가 아파지고, 미국사회는 도노반을 체제에 반하는 위험인물로 규정한다.
2시간이 넘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스토리를 전개하는 감독의 우직함은 세월이 갈수록 견고해지는 기분이다. 시대적 고증도 철저하다. 냉전이 배경인 작품답게 오래된 건물과 차량, 그리고 다양한 소품까지 그 시절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훌륭한 공간적, 그리고 시간적 배경 속에 배치된 캐릭터들의 조합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이다. 드라마를 풀어내는 힘은 스토리가 절반, 배우들의 연기가 절반이라는 말이 정말 와 닿는다. 튀는 법 없이 할 바를 다 하는 배우들의 몸짓에서 명품만이 간직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톰 행크스나 마크 라이런스 등 명배우들의 연기하모니만 맛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스파이를 다룬 작품답게 이들을 맞교환하기 위해 벌어지는 두뇌싸움이 의외의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라도 실익을 챙기려는 각국의 첨예한 대립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신경전, 위험천만한 상황 등이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감도 선사한다. 결국 국가가 국민을 챙겨야 한다는 진리를 전하는 ‘스파이 브릿지’는 오는 11월5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