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임원평가·업무보고 동시 진행…그룹개편 시선 집중
[뉴스핌=김연순 기자] LG그룹 하반기 업무보고회가 내달초로 예정되면서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각 계열사 별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무보고회에 앞서 그룹 계열사별 3분기 실적이 공개되고 동시에 임원 업무평가도 진행되고 있어 호실적을 기록한 LG화학과 실적부진이 예상되는 LG전자 등 계열사의 분위기에도 적잖은 온도차가 감지된다. 하반기 업무보고회는 당해 연도 실적과 내년 사업 계획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LG화학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사업부의 LG디스플레이로의 이관이 그룹 사업개편의 신호탄이 되면서 업무보고회 이후 사업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내달 초부터 약 한 달간에 걸쳐 업무보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LG그룹의 업무보고회는 구본무 회장이 각 계열사 CEO와 돌아가면서 올해 실적과 내년 경영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다. 하반기에는 계열사별 한해 실적과 내년도 사업계획이 핵심 내용으로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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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사업설명회는 그룹 계열사별로 실적을 짚어보고 내년도에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업계와 그룹 내부에선 실적이 좋은 계열사가 우선적으로 업무보고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까닭에 어느 계열사가 먼저 보고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분기에도 실적부진이 예상되는 LG전자의 경우 MC사업본부장(조준호 사장), HE사업본부장(권봉석 부사장), H&A사업본부장(조성진 사장), VC사업본부장(이우종 사장)이 구 회장에게 별도로 보고할 예정이다.
이 중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경우 지난 2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이번 3분기엔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까닭에 업계를 중심으로 MC사업본부 전체 임직원 중 20% 규모를 재배치하거나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계열사별 보고 일정은 아직까지 확정이 안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특정회사가 먼저 보고를 하는 것은 없고 일정 조정을 하다보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계열사별 보고 시기는 픽스가 안됐고 불규칙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구본무 회장이 지난 6일 임원세미나에서 사업환경에 맞는 과감한 변화와 중복사업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는 점도 업무보고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 회장은 임원세미나에서 "우리의 사업 방식과 R&D, 구매, 생산, 마케팅 등 주요 경영활동을 재점검해 개선해야 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업개편의 필요성을 암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LG의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임원세미나 당시 환경변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뀔 것은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각사의 영역에서 장점이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중복사업된 것은 조정 필요성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 회장은 임원세미나에서 2000년대 초 디지털 카메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선제적 대응을 통해 사업 재편에 성공한 일본 후지필름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LG그룹은 LG화학 OLED 조명사업부의 사업개편이 각 계열사별 특화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룹 차원의 비용절감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의 사례로 해석된다.
현재 업계에서 바라보는 LG그룹 사업개편의 밑그림은 B2C사업에서 B2B사업으로의 주력사업 전환, 물류사업 강화다. B2B사업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들은 전기차 부상에 대비해 배터리 및 자동차부품 사업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향후에도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LG상사의 자회사인 범한판토스가 이달 중 LG그룹 물류기업인 하이로지스틱스를 약 1000억원에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물류사업 강화'라는 사업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LG화학 조직개편은 소재사업 집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규모 자체가 1300억원 정도로 큰 폭의 사업조정은 아니다"라면서 "추가적인 사업개편과 관련해 아직까지 윤곽이 잡힌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임원평가, 업무보고회가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계열사별 인력조정·사업개편에 그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22일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LG이노텍(27일), LG전자(29일) 등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업무보고회가 끝난 후엔 곧바로 LG그룹 연말 임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LG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업무보고회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한해 성과를 돌아보고 내년에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자리"라면서 "성과와 연관되는 평가도 하고 그에 맞물리는 인사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