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예산 편성해 6개월간 8억8400만원 집행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20일 오전 10시 3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한태희 기자]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정부의 '소상공인 전환대출'이 정작 소상공인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무늬만 소상공인 지원이냐"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전환대출은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후 약 6개월간 고작 47명만 이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5000억원을 편성한 신규사업이지만 집행 금액은 10억원을 밑돌고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정책 설계를 잘못했다는 지적이다.
20일 뉴스핌이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소상공인 전환대출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전환대출을 이용한 소상공인은 47명으로 총 8억8444만원이 이 대출에 집행됐다.
전환대출은 중소기업청이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고금리인 제2금융권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게 핵심 골자로, 20%가 넘는 이자율을 7%(9월14일 이후 이용자는 5%)로 낮춰 소상공인의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다.
이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정작 전환대출을 이용한 소상공인은 47명에 불과한 실정인 셈.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전환대출 이용자가 적다"며 "수요가 많지 않아 실적이 저조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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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전환대출 실적이 저조한 것은 신청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목적으로 도입한 '햇살론'에 없는 진입 장벽도 있다. 예컨대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가 넘는 소상공인은 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반면 중기청에서 취급하는 햇살론은 이 기준이 없다.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대부업체 등을 전전해야 했던 소상공인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전환대출은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기청 관계자는 "햇살론은 신용 6~10등급인 자영업자 및 근로자를 위한 상품으로 부실률이 최고 30%에 달한다"며 "신용등급 4~5등급에 맞춰져 있는 전환대출의 부실률을 낮추기 위해서 이런 기준(DTI)을 뒀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전환대출의 잠재 수요층을 7만9000명으로 추산했다. 신용등급 4~5등급인 소상공인은 전국에 40만명이 있는데 대출 심사 문턱을 약 20%만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중기청은 DTI 비율 완화 등으로 수요층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중기청이 잠재 수요층을 늘려도 전환대출의 경쟁력이 동반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2.9~4%대 긴급 정책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전환대출 5%대 이자율보다 낮은 것. 지난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약 1조원이 투입됐다.
중기청 관계자는 "메르스 등으로 최소 2%대 특례보증 등 정책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전환대출 수요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전환대출 예산을 1년만에 대폭 줄였다. 올해 5000억원을 편성했는데 내년도 예산엔 1000억원만 배정한 것이다.
다만, 전환대출 예산은 줄이는 대신 소상공인 지원에 사용되는 경영안정자금의 다른 항목 예산은 증가했다고 중기청은 설명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내년도의 전체적인 소상공인 지원금은 올해보다 늘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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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