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외 규제 방법 없어…여전히 투자업계 종사 중
[뉴스핌=이보람 기자]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이 강화된 지 석달여, 시장 분위기는 어느 때 보다 얼어붙었지만 처벌 강화의 계기가 됐던 사건 당사자들은 여전히 여의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무엇보다 자본시장법 등에 임원이 아닌 일반직원의 경우 행정처분 외에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5/10/12/20151012000247_0.jpg)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CJ E&M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았던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투자업계에 남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CJ E&M의 IR담당자들은 몇몇 애널리스트들에게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크게 못미칠 것이라는 정보를 공식 발표 전 미리 흘렸다. 이를 전해들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매니저들에게 전달했고 이들은 갖고 있던 CJ E&M 주식을 실적 발표 전 급하게 팔아치워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CJ E&M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200억원이었으나 실제 발표된 실적은 7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미공개 정보를 사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소속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전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세 곳은 '기관경고' 조치됐다.
이들 애널리스트 4인에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혐의 수준에 따라 정직 3개월 혹은 6개월, 감봉 6개월 조치가 내려졌다. 또 NH투자증권을 제외한 3곳 증권사 애널리스트 3명은 각각 검찰에 고발돼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년 넘게 국회서 표류하던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강화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들 애널리스트 가운데 몇몇은 이같은 행정처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업계에 남아있다.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애널리스트 A씨는 무혐의 결론이 나 타부서 이동 뒤 활동 중이다. 다만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또다른 애널리스트 B씨는 애널리스트 업무 일선에서는 물러났으나 여전히 해당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C씨는 기획실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해당 사건 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행정처분 등을 다 받았고 회사 측에서도 징계를 받았다"며 "재판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업무에서는 물러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이 사건 뿐 아니라 게임빌 유상증자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펀드매니저 D씨는 행정처분 효력정치 소송을 내 승소, 여전히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사건 관계자들이 투자업계에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행정처분 외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제 24조에 따라 임원의 자격은 제한되지만 일반 직원의 경우 해당사항이 없다.
금융투자협회는 이같은 제재 공백에 따라 투자업에 종사하는 직원에 대한 자율규제 조항을 마련해 놓고 있다. 특히 애널리스트의 경우 등록제로 운영되는 전문투자인력으로 분류, 행정처분 수위에 따라 등록거부 혹은 일정기간 등록 효력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재취업은 물론이고 같은 업무를 계속하는 데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특히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해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시사했으나 처벌 후 사후관리에 대한 조항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가능하도록 기관에 내리는 처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개인에 대한 처벌도 문제지만 기관에 대한 처벌 수위가 현저하게 낮은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직원의 제재는 회사에 맡기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기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금융 사고가 벌어졌을 때 해당 기관에 크게는 수 조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선례가 없다는 것. 때문에 직원들이 보다 쉽게 법 테두리를 넘어선 유혹에 휘둘릴 수 있고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재취업 등이 어렵지 않다는 게 황 실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모럴 헤저드(moral hazard) 방지를 위한 꾸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직 한 애널리스트는 "문제가 생기면 의무교육시간 이수 등 사후 규제를 통해 관리를 할 수 있는데도 그런 제도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한 번 잘못을 했다고 시장에 발을 못들이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만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인데 처벌만 강화하겠다고 하고 그런 노력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