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은행권 여신 마비, 경기 둔화까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11월 이후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에 나선 가운데 시장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감독 당국의 자본 규제 강화가 ABS 시장 회생의 걸림돌로 버티고 있는 데다 유로존 경기 후퇴 역시 쉽지 않은 장벽이라는 지적이다.
ABS는 모기지나 오토론, 신용카드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은행권 대차대조표에 잠든 여신을 유동화해 현금흐름을 창출한다.
유로 동전[출처=AP/뉴시스] |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ABS 발행은 선진국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은행권 여신이 저조한 만큼 적어도 이론적으로 ABS가 민간 유동성 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는 창구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와 정책자들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ECB가 경기 부양을 위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ABS를 포함시킨 데 따라 시장 활성화가 절박한 상황이지만 실상 빈사상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로존의 부채위기 이후 금융권 자본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자산 유동화의 장벽이 높아진 데다 은행권의 리스크 회피 현상으로 인해 ABS의 수요 기반 역시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EU 집행위원회가 ABS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ABS 발행과 투자가 위축된 근본 원인은 EU 집행위원회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바깥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극심한 저금리 환경과 은행권의 여신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 ABS의 발행과 투자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또 활성화 방안 자체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알렉스 바치바로프 구조화 증권 리서치 헤드는 “지난 수년간 감독 당국이 유동화 증권 시장의 성장을 크게 압박하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다”며 “ABS 활성화 대책은 이를 상쇄할 만큼 강력하지도 않고, 일부는 현실성이 결여돼 시행 여부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유로존의 경기 후퇴도 ABS 시장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