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통화 표시 채권 비중 늘었지만 안심 못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자금 조달 비용이 2013년 이른바 ‘테이퍼 발작’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데다 금융시장 혼란이 진정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이 지수는 이머징마켓이 발행한 외화 표시 채권의 평균 수익률을 반영한다. 2년 전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 발언에 따라 초래된 테이퍼 발작 당시 평균 수익률은 6.5%였다.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 등 일부 신흥국의 채권 수익률은 올 들어 두 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지난 1월 7.05%에서 8.55%로 상승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 심리가 고조된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고 성장 전망이 낮은 국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하는 추세다. 남아공 이외에 브라질과 터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닐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변동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신흥국이 또 한 차례 커다란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 중앙은행이 외부 악재에 대한 대응력을 크게 강화한 것이 사실이다. 보다 유연한 변동환율제 도입과 현지 통화 부채 비중을 확대하는 등 연이은 위기 속에 방어막을 구축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최근 이머징마켓의 취약점을 지적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상품 가격 급락과 달러화 강세 및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들은 신흥국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 채권의 해외 투자자 보유 비중이 높아진 만큼 대규모 매도와 이에 따른 충격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가브리엘라 산토스 전략가는 “해외 자금이 이머징마켓으로 밀물을 이룬 사이에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역시 외국인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특히 멕시코와 폴란드의 경우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각할 때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역시 급락 리스크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즈는 지난 2분기 주요 이머징마켓 대부분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의 안드레아스 콜브 전략가는 “올들어 이머징마켓의 채권 발행이 일정 부분 제한되면서 가격을 지지했지만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행이 증가할 경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