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솔린 모델만 68만대 판매..폭스바겐 조작 사태 파장 ‘예의주시’
[뉴스핌=김기락 기자] 전대미문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현대·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의심을 사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는 전량 가솔린 모델로,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는 디젤 모델도 각국의 환경규제에 맞춰 생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및 유럽 등 각국의 배출가스 기준에 맞춰 생산·판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는 전량 가솔린 모델인 만큼, 이번 폭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문제와 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기아차는 전량 가솔린 모델”이라며 “디젤 모델은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고, 독일 등 각국의 환경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현대차는 아반떼를 비롯해 쏘나타, 그랜저 등을, 기아차는 쏘렌토와 스포티지, 카니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올 상반기 양사 합쳐 68만210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그룹이 미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며 50만대의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폭스바겐의 조작된 ECU(Electronic Control Unit)가 배출가스 검사 모드에서 배출가스를 적게 배출한 것에 대한 조치다.
폭스바겐은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이번 눈속임 스캔들로 23일(현지시각) 사임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미국에서만 약 20조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또 미국 환경 및 소비자 단체의 민간 소송과 독일의 전수 조사 등 전 세계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 완성차 업체, 불똥 튈까 예의주시
완성차 업계는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이 범죄 행위인 만큼, 자사 배출가스 조작 여부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자동차 회사 내부적으로도 ECU를 조작하는 것을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행위는 명백한 단독 범행”이라며 “환경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ECU를 조작하는 자동차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CU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자동차의 속도를 비롯해 모든 장치를 제어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유럽에서 오펠(OPEL), 한국에선 쉐보레 브랜드의 디젤 차종을 각각 판매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은 미국에서 소형 트럭 디젤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며 “자동차 회사가 ECU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르노삼성차도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 차원의 입장을 인용, ECU 소프트웨어 조작에 대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카를로스 곤 르노 회장이 그룹 전사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부 점검을 강화해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으로 풀이된다.
◆ 독일차, 조사 결과 기다리는 수밖에
국내 수입차 업체는 독일 정부가 전수 조사에 들어간 만큼,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폭스바겐과 같은 그룹인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독일 전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이어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수입차 업계에선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사태로 인해 국내 소비자까지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도덕적·윤리적 범죄가 폭스바겐 소비자를 피해자로 만들었으나 동시에 제 2의 가해자로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밝힌 대로 조작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1100만대의 디젤 차량에 장착됐다면 연간 최고 94만8691t의 질소산화물(NOx)이 공기 중에 배출됐다. 영국에서 1년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전부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폭스바겐 소비자들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환경을 훼손시켰다는 자조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독일차 업계가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