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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유아인 “사도, 도전의식과 욕망 채워준 작품”

기사입력 : 2015년09월18일 08:25

최종수정 : 2015년09월18일 08:25

 

[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앞을 향해 쉽고 빠르게 배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배우 유아인(29)을 보면 딱 떠오르는 표현이다. 

‘천만 배우’ 유아인이 ‘베테랑’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신작 ‘사도’가 16일 베일을 벗은 것. 영화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냈다.

불과 한 달 전 명품을 휘감고 악행을 일삼던 재벌 왕자 조태오는 이제 조선시대 비운의 왕자 사도가 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부터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라며 울부짖는 대목, 그리고 뒤주에서 죽어가는 순간까지, 구멍이 없다. 유아인은 진폭이 큰 사도를 뛰어난 연기로 그려냈다. 

“사도라는 캐릭터가 욕심나지 않을, 두려울지언정 하고 싶지 않은 젊은 배우는 없을 거예요. 보여줄 수 있는 진폭이 남다르잖아요. 언젠가 이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순간 제게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의 선택이었죠. 부담은 없었어요. 물론 원래 부담을 느끼는 편도 아니지만, 제가 또 대단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거든요(웃음).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할 텐데 그럼 그 사람도 할 건데 왜 내가 못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유아인이 열연한 사도는 조선 제21대 왕 영조의 두 번째 왕자다. 부왕에게 사사된 비극적 운명의 세자이자 광증으로 뒤주에 갇혀 죽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도라는 이름도 뒤주 안에 갇혀 죽은 후 영조에 의해 붙여진 이름. 유아인은 그런 사도를 미운 오리새끼, 그리고 세자로서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이자 청춘이라고 해석했다.

“배우는 일정 부분 공감대 안에서 연기하는 거니까 제게서 그 인물을 발견해야 했죠. 어디까지나 제 나름의 해석이에요. 하지만 제가 자연인으로서 사도세자를 봤을 때 그는 청춘이었죠. 어쩌다 보니 왕실에서 태어났고 태어나니 아빠가 영조일 뿐. 물론 자리가 만든 특수한 상황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순간 자세나 마음가짐은 청춘이었겠다 싶었어요. 청춘의 혈기왕성함도 있고 그래서 혼란스럽기도 했겠죠.”

공감대를 만든 후 차근차근 캐릭터를 구축한 덕에 그는 유아인 만의 사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사도를 미화한 게 아니냐는 평이 따랐다. 아무래도 역사적 사건이 아닌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보니 영화에서는 사도의 인간적인 면이 강조된다. 자연스레 관객도 사도에게 분노보다는 슬픔과 처연함을 많이 느낀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도라는 대상을 주체로 만들면서 그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거지 그 공감대가 용서는 아니죠. 멋있거나 아름다워야 미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미화는 아니잖아요. 악행으로 알려진 일들을 별거 아닌 일로 만들었다면 그건 미화죠. 하지만 이건 선입견을 무너뜨린 거일 뿐이에요. 그동안 (사도가) 망나니 혹은 악한 인물로 많이 그려졌으니까요. 물론 선입견이 무너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앞서 언급했듯 유아인은 지금 데뷔 이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영화 ‘완득이’(2011)를 선보인 후 그는 단숨에 청춘의 표상으로 등극했고 드라마 ‘밀회’(2014)로 매주 여심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 한층 뜨거워진 것은 물론이요, 이제는 흥행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어엿한 배우로 다시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요즘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도 ‘흐름을 탔다’ ‘아인 시대’ 등 극찬이다.

“예전 인터뷰 때 대체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런 순간도 찾아온 듯해요. 근데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기사가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죠. 물이 들어온 거면 난 어디로 가려나(웃음). 어쨌든 그런 말씀 많이 해주는 거 알고 있고 고마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기류가 어디로 가나 살피면서 중심을 잡는 거죠. 허세를 피우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건 친구한테나 하는 거고요.”

이 대세 배우의 차기작은 내달 5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다. 고려라는 거악에 대항해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쉽지는 않다. 유아인은 이방원 역을 맡아 50부작의 멀고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일부러 험난한 길을 가는 거라고 했겠죠. 근데 ‘사도’만 봐도 송강호, 이준익, 사도세자, 타이틀롤, 안할 이유가 없잖아요. 물론 작품을 선택할 때 저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면도 작용하겠지만, 제게는 이 어마무시한 쇼비지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도 있죠. 그런 것들이 뭉쳐지는 거예요. 보통 영화를 상업성과 작품성으로 나누듯 배우가 접근하는 방식도 같아요. 스타와 연기라는 접근이 함께 있죠. 이 모두를 의식하면서, 이런 욕망이 응집된 선택을 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사도’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잘 버무려진 작품이었고요. 차기작 ‘육룡이 나르샤’도 마찬가지죠. 아마 이번에는 ‘완득이’부터 ‘베테랑’ 속 모습까지 다 볼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제 모든 스킬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웃음).”




“아버지, 이젠 한 남자로서 이해하게 되네요.”

‘사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사도와 아버지 영조의 이야기를 아들 정조까지 확대, 조선왕조 3대의 관계를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도 역의 유아인은 자연스레 아들이자 아버지로서 상반되는 연기를 펼쳤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아들로서의 유아인,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유아인에 대해서.

“저희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세요. 감정적으로 무뚝뚝한 편이죠. 저도 그런 면이 있고요. 싫다면서 또 닮아가더라고요(웃음). 전 아버지랑 엄청 부딪혔고 반항도 많이 한 아들이었어요. 아버지한테 기대가 컸죠. 뭘 어마어마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마냥 기댈 수 있는 존재, 다정다감한 아버지에 대한 기대였죠. 그래서 엄청 엇나가기도 했고 미워하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 역시 저를 다독여 주시죠. 특히나 이렇게 어른이 돼 보니 아버지가 아닌 욕망을 가진 한 남자로서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반면 아버지가 된 저는 많이 상상은 했지만, 연기를 확실한 공감 안에서 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상상에 기인했고 당연히 그래야만 했죠. 다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아버지, 아버지의 무게에 대해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커가면서 그런 부분을 곱씹게 되고요. 가끔 조카를 보면서 ‘이렇게 다음 세대가 되는 거야?’ 싶죠. 그걸 부정하고 아득바득 부여잡고 있으면 꼰대가 되는 거니까(웃음). 어쨌든 지금의 저에겐 다음 세대가 태어난다는 게 굉장히 위기로도 느껴지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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