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화 시장 개설 9개월째…"수수료 절감 효과 못느껴"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21일 오후 7시 52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 모씨(43세)는 중국에 자녀들을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다. 매달 유학자금을 송금하는 박 씨는 최근 위안화 가격이 급락했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환차익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곧장 위안화를 송금하러 은행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송금하고 나니 언론보도처럼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다.
중국 외환당국의 인위적인 통화절하로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4.4% 급락했다. 이에따라 원화대비 위안화 가치도 3.0% 가량 떨어졌다. 다만, 그 이후에는 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며 20일 기준 원화대비 위안화 가치는 최근 하락폭의 절반 가량을 되돌린 상황이다.
워낙 위안화 가치 절하가 하락폭이 컸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뒤늦게 은행창구에 가서 환전을 해도 큰 이득을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박 씨가 지난 12일 위안화 가치가 최저점(살때 환율 194.1위안) 일 때 100만원을 송금했다면 5151위안을 보낼 수 있었다. 이는 지난 7월말(201.56 위안)과 비교해서 190위안(약 한화 3만5000원)이 늘어난 정도다.
시중은행의 외환담당자는 "위안화가 약세로 가더라도 원화도 동반 약세로 움직였기 때문에 사실상 원/위안화의 환율 변동은 (달러화 대비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원/위안화 시장 개설 9개월째…"수수료 절감 효과 못느껴"
또한 위안화 거래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개장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효과다. 박 씨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다는 소식에 언제쯤 위안화 환전 수수료가 내려올지 기다려왔다.
하지만 시장이 개설된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난해말과 비교해 위안화 환전수수료는 변함이 없었다. 위안-달러-원화로 이어지는 두 번의 환전 과정이 한 번으로 줄면서 이론적으로는 개인들이 내야할 환전 비용도 줄어야 하지만 수수료율은 요지부동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실수요도 없는 시장에서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며 손실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당국도 수수료 인하 여부는 은행이 결정해야할 몫이라며 사실상 묵인하고있다.
앞선 외환 담당자는 "아직까지 직거래 시장에서 사용되는 환율을 이용해서 고시하거나 스프레드(환전 수수료)를 찍었다고는 들은바가 없다"며 "혜택을 본다해도 시장거래에 참가하는 기관이나 은행들이면 모를까 개인들에게 수수료 인하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외환자금과 관계자는 "원/위안 시장 직거래에 따른 효과는 개인이나 법인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시중은행의 대고객 환전 수수료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저희가(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위안화 환전 수수료…SC銀 가장 저렴, 씨티·광주銀 비싸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위안화 환전 수수료(스프레드)가 가장 저렴한 시중은행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이어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순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었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이나 광주은행 등의 경우 7%의 높은 수수료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가장 저렴한 SC은행(3%)과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송금 수수료의 경우 은행마다 다소 편차가 있으나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부과했다. 다만, 해외로 송금을 할때는 국내 시중은행의 송금수수료(전신표 포함) 뿐만아니라 해외중개은행의 중개수수료, 해외현지은행의 수수료까지 감안해야한다.
국내 시중은행의 송금수수료는 대부분 미달러화 500달러 이하의 경우 송금수수료 5000원, 전신료가 8000원으로 총 1만3000원 수준이다. 다만 인터넷으로 송금을 할 경우 KB국민·IBK기업(유학자금 및 무역대금 한정)·SC·씨티은행 등 다수의 은행들이 송금수수료(전신료 제외)를 면제해준다.
◆ 中유학생…중국은행 '중한통 체크카드' 유행
이같은 높은 송금·환전 수수료 때문에 요즘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중국은행 '중한통 체크카드'가 유행이다. 이 카드로 외환은행에 가상계좌를 만들어 원화를 예금하면 체크카드로 중국 ATM에서 위안화로 출금해서 바로 쓸 수 있다.
적용되는 환율은 인출이나 사용 시점의 중국은행 서울지점에서 고시하는 환율(송금할 때 환율)이다, 금액에 관계없이 중국은행 ATM을 이용하면 한번에 10위안(약 2000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1일 ATM 출금한도는 5만 위안(약 925만원)이다. 다만 한번에 2500위안에서 최대 1만 위안까지 출금할 수 있다.
또한 체크카드로 현지에서 결제할 때는 최대 3만위안(약 555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중국은행 관계자는 "중국 현지 ATM에서 출금할 때 10위안(한번에 최대 1만위안 출금) 외에 전신료같은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며 "적용되는 환율은 중국은행 서울지점에서 고시되는 환율을 따르며 다만 고시환율을 고객들에게 별도로 제공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