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공식 '조정국면' 진입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가파르게 떨어진 가운데 뉴욕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장 막판 500포인트 이상 내리 꽂히는 등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악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장중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을 ‘터치’하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패닉 매도가 전염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531.14포인트(3.13%) 떨어진 1만6459.55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64.84포인트(3.18%) 급락한 1970.89에 거래됐다. 나스닥 지수는 171.45포인트(3.52%) 하락한 4706.0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2011년 이후 조정장에 진입한 한편 이틀 낙폭이 889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19일과 20일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이후 최대 기록에 해당한다.
다우지수 뿐 아니라 S&P500 지수도 사상 최고치로부터 7.5% 하락한 상태고, 나스닥지수가 고점 대비 9.8% 내려 조만간 조정장에 진입할 태세다. 소형주로 이루어진 러셀2000 지수는 고점대비 낙폭이 10.7%의 조정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번 한 주간 S&P500 지수 시가총액 1.1조달러(1313조4000억원 상당)가 증발했다.
글로벌 경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기 등 크고 작은 불확실성이 매도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
2분기 기업 실적이 밸류에이션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지 못한 데다 하반기 이익 역시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주가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STA 웰스 매니지먼트의 란스 로버츠 파트너는 “주식시장의 방향이 뚜렷하게 아래로 쏠린 상황”이라며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고,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매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과 넷플릭스 등 뉴욕증시의 간판 종목들이 연이어 베어마켓 신호를 보내고 있다. IT와 미디어, 헬스케어 섹터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지수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다.
유비에스(UBS)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의 톰 디제넌 주식 헤드는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고, 경제 지표를 포함한 뉴스플로가 대부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JP모간 펀드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는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할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티시스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라퍼티 전략가는 “2분기 기업 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중국의 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전략가는 “연준 정책자들이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엇갈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투자자들이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하반기 자산시장의 승자가 어디일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장세에 대한 판단과 함께 앞으로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글렌미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전략가는 "주가 급락의 이면을 보면, 미국 경제 전망은 아직 양호하고 중국도 길게 보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계속 장애물은 있겠지만 약세장으로 이끌 만한 거품 같은 것이 형성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베스텍리처치의 짐 스택 전략가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다우지수가 5월 고점에서 1000포인트나 하락했는 데도 그 누구도 강세장이 종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 증시 역사로 보면 이번 강세장은 80년 사이 세 번째로 길고 네 번째로 높은 수익을 안겨준 강세장인데도 제대로 인식되거나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활동은 상당히 양호한데 실적은 둔화되고, 어떤 지표는 고용시장이 40년래 가장 타이트한 상황임을 시사하는데 임금 상승률은 거의 죽어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재가 가격의 추락과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미국 물가 전망이 2% 목표를 계속 밑돌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옐런 사단이 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면 "이번 주식시장의 조정은 경기침체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지표를 보면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6년래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미국의 경제 지표 역시 부진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킷이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52.9를 기록해 2013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이는 전월 수치인 53.6과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54.0을 나란히 밑도는 수치다.
종목별로는 애플이 6% 가까이 떨어지며 지난 1월20일 이후 최저치로 마감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4% 이상 내리는 등 IT 섹터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넷플릭스가 7% 이상 폭락했고, 페이스북 역시 5% 가량 내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