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채권펀드 2013년 이후 최대 유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신용시장이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과거 위기 당시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지속한 반면 신용시장이 먼저 적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각) 웰스 파고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투자등급 채권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상환한 자금이 11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월가[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5.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주가 흐름이 견조한 가운데 신용시장이 자금 썰물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비안코 리서치의 짐 비안코 대표는 “신용시장이 모든 투자자들이 찾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 같은 조짐은 지난 15년간에 걸쳐 적중했던 일종의 선행 지표였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 기업 인수합병(M&A)과 자사주 매입, 배당 지급에 투입하는 가운데 회사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3.4%까지 밀린 상황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점이 가까워진 만큼 사상 최저 수준의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이 날로 상승하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의 국채 대비 수익률 스프레드는 1.64%포인트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또 주식시장 변동성과 비교할 때 베어 스턴스의 매각 10일 전인2008년 3월6일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회사채 프리미엄이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는 얘기다.
BofA의 한스 미켈슨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신용시장과 달리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며 “최근 신용시장의 움직임이 또 한 차례 금융위기를 예고하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예의주시해야 할 신호”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투자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종목조차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RBC 캐피탈 마켓의 조나단 골럽 전략가는 “중국 리스크와 미국의 완만한 경제 성장을 감안할 때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점진적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틸리티와 통신, 리츠 등 금리에 민감한 섹터가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