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포스코만 도입…소액주주 지분 높지만 권리는 바닥
[뉴스핌=김연순 기자] 국내 10대그룹 중 상당수 기업의 소액주주 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보호장치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롯데사태를 계기로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행법상 기업들에게 전자투표 등 도입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상법 개정 등을 통해 해당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회에서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9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10대그룹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0대그룹 중 삼성전자를 포함한 7개 기업의 소액주주 지분은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소액주주 지분율이 55.83%, 57.42%에 달했고 포스코도 소액주주 지분이 58.45%로 60%에 육박했다.
또한 한진과 GS, LG, 한화, 현대중공업의 소액주주 지분율도 50%를 넘거나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과 SK만이 30~40%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소액주주권 강화를 위한 전자투표제(한화), 집중투표제(포스코)를 도입한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롯데사태를 계기로 소액주주권 강화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이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온라인 투표방식이다. 주총장에 출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접속해 특정 안건에 찬반을 표시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7월 법제처가 주주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사부터 한정적으로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재계 등의 반발로 현재는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국회에서도 같은 해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2월 발의)과 민병두 의원(6월 발의)이 전자투표제를 강제하는 상법 일부개정안을 내놨지만 소관 상임위에만 상정됐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투표와 관련해선 상법개정안에 일정규모 이상 상장사라고만 돼 있다"면서 "권고 수준이지 의무요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주에게 이사 수에 비례해서 의결권을 주되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개정 상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강화를 위해 도입했지만 대부분 기업이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만이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삭제했고, 한화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도를 결의하고 한국예탁결제원에 위탁해 시행한 바 있을 뿐이다. 이 밖에 소액주주 의결권 보호를 위해 서면투표제를 도입 운영하는 곳도 한화, 포스코, 두산 세곳 뿐이다. 서면투표제는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서면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재계의 반발 등으로 좌초되거나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선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등이 강제조항이 아닌 이상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시킬 이유가 없다"면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보호차원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법제사법위원회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법 개정안이 약 30개나 발의돼 있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