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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북한에 0-2로 패했다. <사진= JTBC 동아시안컵 캡처> |
[동아시안컵] 한국 여자축구, 위대한 준우승 … 북한에 0-2 패
[뉴스핌=김용석 기자] 최약체라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과 일본에 연승을 거두며 기대를 모은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북한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6시 10분 중국 우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3차전, 사실상의 결승전에서 북한에 0-2로 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확정되는 북한은 이전 경기에서의 피로감이 쌓인 듯 다소 무겁고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반면 어느 때보다도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반드시 이겨 지난 아시안게임의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각오로 나선 윤덕여호의 출발은 좋았다. 이현영을 최전방에 배치한 한국은 미드필더와 수비수 간의 손발이 자연스럽게 잘 맞았고 골 키핑 능력도 월등했으며 북한의 압박에도 전혀 말리지 않았다. 특히 이민아는 영리한 위치선점과 활발한 움직임으로 넓게 활보하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찾는 데 기여했다.
특히 전반 10분 정설빈이 날린 위력적인 중거리 슛이 북한 골키퍼에 잡힐 때까지만 해도 뭔가 이루어질 듯한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었다. 북한은 선수 기용이나 공격 루트에서 지난 두 경기와 별다를 것 없이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으나 얻은 기회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전반 22분, 라은심이 한국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어낼 때까지 북한의 공격다운 공격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윤송미의 프리킥은 수비벽에 맞아 살짝 틀어지며 한국 골문을 갈랐다. 허무하리만치 너무 쉽게 내준 첫 골이었다.
첫 실점 후 주도권은 북한에게 넘어가는 듯 보였으나 한국은 그리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었다. 곧 진영을 정돈하여 적극적인 공격으로 북한을 몰아붙였다. 특히 임선주의 밀착 마크는 북한 공격의 핵인 삼각편대를 무력하게 했다. 전반 종료 직전까지 한국은 위협적인 공격과 슈팅을 이어갔고, 거의 모든 선수가 이전 두 경기를 모두 뛴 북한은 체력마저 소진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후반 6분에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차분히 제 역할을 하던 한국 선수들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라은심 중심의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일관되게 고집했으나, 만천하에 드러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력이 있었다.
한국은 측면, 크로스, 세트 플레이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공략하고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 영리하고 진일보한 플레이를 펼쳤으나 크로스의 정밀도가 다소 떨어졌고 결정력 있는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아쉬웠다.
결과는 0-2. 그러나 최약체로 꼽히던 한국은 2승이라는 귀중한 결과를 냈을 뿐 아니라 경기 내용면에서 상당히 세련되고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치며 미래를 기약하는 희망을 일구어냈다. 동아시안컵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중국, 일본, 북한은 세계 톱클래스에 이름을 올린 팀들이고 여러 어려운 여건을 딛고 우뚝 선 한국 팀은 어느 팀에도 굴하지 않는 당찬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김광민 북한 감독은 “높은 정신력에 기인한 승리다. 한마음으로 뭉쳐 마지막 순간까지 의연히 정신력을 발휘했다.”고 승리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윤덕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젊은 선수들이 큰 무대를 경험하고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가 더 많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