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3억 천안기업, 645억 빌딩 인수...유진기업 보증으로 600억 대출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4일 오전 10시 47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백현지 김나래 기자]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가 '계열사 신용'을 이용해 여의도 신사옥을 매입, 계열사들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의도 빌딩 평균 공실률이 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 페이퍼컴퍼니가 큰 자본투자 없이 계열사를 상대로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여 일각에선 오너기업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사업초기에는 자본금이 적고 페이퍼컴퍼니 성격이 강했지만 지난 5월 두 차례 증자를 거쳐 외부 지분이 과반을 넘어 개인소유 기업이란 문제점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 |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 빌딩 |
사실 천안기업이 600억원대 오피스빌딩을 사들일 여력은 애초에 없었다. 부동산 임대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천안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3억원 규모로 매출액이 전무하다. 자산총계도 13억9800만원에 그쳤다.
자체 여력이 없는 천안기업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NH농협은행 등으로부터 600억원을 대출받았고, 이 과정에서 유진기업이 760억원의 채무보증을 서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유진기업은 올해 자본금 3억원 규모에 불과한 천안기업에게 59억8800만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유진기업 지분 0.3%만 보유한 기업에 대한 관계치고는 상식을 뛰어넘는 배려다. 3월말 기준 유진기업 소액주주 비중은 60%다.
하지만 천안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천안기업은 유경선 회장이 23.8%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이 외에 오너 일가지분이 99%에 달해 사실상 '회장님 회사'로 알려져 있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보증 특혜 의혹에 대해 "일반적으로 금융기관들은 대출 거래시 모회사가 채무보증을 하는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천안기업의 부족한 자금여력(지난해 말 기준 3억원)에 대해서도 "현재 천안기업 자본금은 올해 증자를 통해 82억원으로 늘었다"고 해명했다.
유진그룹에 따르면 천안기업은 지난 5월 두 차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3억원에서 82억원으로 늘어났다. 외부 투자기관이 증자에 참여(지분율 51.4%)하면서 유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도 기존 99%에서 48.6%(유진기업 6%)로 떨어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실상 자금여력이 부족한 비상장 계열사가 사옥을 매입해 임대를 주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이번 경우는 계열사 입주를 위해 빌딩사옥을 매매하는 여타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의 관행과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맵스리얼티 등이 투자한 센터원 건물의 경우 미래에셋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은 시행사를 통해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유진투자증권 건물에 입주 예정인 KB투자증권도 KB운용 펀드와 임대계약을 맺게 된다.
이들 증권사의 경우 계열 운용사 펀드가 매입한 건물 입주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 혹은 높은 가격으로 임대료를 매길 수 없고 시장 가격으로만 가능하다. 계열사 펀드가 투자한 건물에 입주할 경우 임대료를 금융감독원이 면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천안기업은 유진투자증권, 유진기업과 직접 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게 가능하다. 오피스 임대 사업의 골칫거리인 공실(空室) 걱정도 없다. 전층에 계열사가 입주키로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진공에 인접한 율촌빌딩의 임대가격은 3.3㎡당 임대료 4만5000원, 관리비 3만원에 보증금 45만원으로 단순계산시 연 6~7%대 임대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 천안기업은 이와 동시에 향후 사옥 재매각시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오피스 임대전문가는 "회사 전층을 오피스로 사용하지 않고 1층에는 카페, 은행 등이 높은 임대료로 입주할 경우 임대 수익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건물 재매각 시에도 현재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측은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여부'에 대해 "임대료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고, 시장의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면 계열사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 있다"며 "현재로선 파악이 안돼 문제가 있다 없다를 논할 순 없지만 추후 신고가 들어올 경우 조사에 착수하는 구조"라고 답했다.
한편 임대료 계약 수준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유진증권이 자본시장법관련 금감원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높게 책정할 수도 없다"며 "전체 건물 사용면적이 지금보다 줄어 전체 관리비용도 다소 줄어든다"고 해명했다.
인수자로 천안기업이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유진기업은 시멘트, 레미콘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임대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하기 다소 애매했다"며 "이에 관련사업을 해온 천안기업이 나선 것인데, 이번 빌딩 인수는 그룹차원에서 안정적인 사업장 확보를 위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김나래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