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남광토건·경남기업·삼환기업 등 들러리 역할
[뉴스핌=고종민 기자]수천억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낙찰된 업체는 '들러리'로 참여한 다른 업체에 수백억원 상당의 다른 토목공사를 하청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나눠 가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호남고속철도 제3-2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대림산업·포스코건설·남광토건·경남기업·삼환기업 등 5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11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담합을 주도한 대림산업은 다른 4개 업체를 설득해 2008년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사업을 낙찰받기로 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예상 공사비는 2698억여원이었고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된 입찰에서 대림산업은 예정가의 82.7%인 2233억원을 입찰가로 써내기로 했다. 다른 업체는 84∼86%(2290억∼2340억원)를 써 낸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계 경쟁입찰 평균 낙찰가는 예정가의 70%선으로 알려졌다.
낙찰에 성공한 대림산업은 들러리 역할을 한 4개 업체에 400억∼700억원 상당의 다른 토목공사를 나눠줬다. 대림이 따낸 공사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시키거나 하도급을 주는 방식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의 건설업계 담합이 출혈 경쟁을 막고자 투찰가 범위만 협의하는 형태였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낙찰자를 정하고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악성 담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리에 연루된 법인은 공정거래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 등 적용 법률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기소되지 않았다.
3-2공구 비리는 애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단계에서 적발되지 않아 묻히는 듯했으나 작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제보를 바탕으로 검·경이 10개월간 수사를 벌여 전모가 드러났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