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방어 선례돼야"…업무마비 사태에 "경영권 방어 제도화해야"
[뉴스핌=추연숙 기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마지막으로 찬성 표 결집을 강하게 호소했다. 합병비율 등에 대한 일각의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15일 수요사장단회의 참석 차 방문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각 10여분씩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합병과 관련한 입장을 설명했다.
김신 사장은 "광고를 내고 있지만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며 "합병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할 예정이고 남은 이틀 동안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용암 사장은 찬성 지분이 충분히 확보됐냐는 질문에 "아직은 불충분하다. 더 봐야겠지만 이길 순 있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강하게 이기는 게 중요하다. 단기 투기자본이 더 이상 한국서 통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 이런 싸움은 한번으로 끝이 아니라 이게 시작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분 확보가 어느 정도 됐는지는 주총을 이틀 앞둔 현재 여전히 안개 속이다.
신 사장은 해외 투자자 중 우호지분이 확보됐냐는 질문에 "전에도 말씀 드렸 듯이 외국인 주주 중에 합병을 찬성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약 24%의 외국인 중 찬성을 밝힌 곳이 5%를 넘느냐는 질문에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국내 기관들은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총에서 찬성을 행사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기관은)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를 지지한다"며 "모두 주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의 지분은 8.93%로 이들이 예정대로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하면, 삼성 입장에서는 상당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일성신약(2.12%)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여의치 않음을 내비쳤다. 일성신약은 이번 합병비율에 반대하는 것으로 최근까지 알려져 있다. 일성신약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윤 사장은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엘리엇 등이 이의를 제기한 합병 비율(1:0.35)에 대해서는, 삼성물산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삼성물산이 건설과 무역이라는 산업해왔다. 이제 사양산업화 구간에 들어선지 오래다. 이대로 두면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다.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합병비율"이라고 설명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지난 10일 이후 국민연금(11.21%)이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삼성 측은 긍정의 뜻을 밝혔다.
윤 사장은 국민연금이 찬성 쪽으로 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의미있는 결정에 감사하다. 자본시장 발전 뿐 아니라 국민연금 자체 운용 수익에도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찬성 입장을 전달했냐는 질문에 "아니다. 찬성 이야기는 신문에 나서 그렇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부터 삼성물산이 신문, TV, 포털 등에 내보내고 있는 찬성 호소 광고는 효과가 큰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윤 사장은 소액주주를 얼마나 모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면서도 "주주분들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광고도 해서 효과가 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듣기로 평상시엔 (전화문의가) 400~500명이었는데, 광고 첫날 2000명, 어제는 3000명이었다"며 그 전화는 거의 다 찬성해줄테니 가져가라는 것으로 상당히 좋은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도 "저희가 신문에 광고를 낸 이후로 많은 주주들이 성원해줘서 많이 놀라고 있고 회사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에 대한 애국심을 호소하는 구도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 윤 사장은 적극 해명했다. 그는 "애국심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긴 하나, 그것만 갖고 설득하진 않는다. 논리적인 합병의 당위성 시너지를 가지고 설명드린다"면서도 "외부 전문가, 자본시장을 걱정하시는 분들은 한국 주식시장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선 안되겠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번 합병 사태와 관련해 법적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사장은 "(경영권 방어 제도화에) 절대 찬성이다. 이번 일을 당해보니까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고, 일반 주주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밖에 나가있다. 사실상 경영활동이 거의 마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합병 과정을 잘 알고 있냐는 질문에 윤 사장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당연히 굉장히 관심 높게 보고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반대 측이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소송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법에서 5만7234원이라는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그 법이 잘못됐다고 하면 저희는 방법이 없다"며 "한국에서 한국법 안 따르면 안되지 않나"고 덧붙였다.
삼성은 주총 이후 엘리엇 측의 반격 가능성도 예상은 하고있다. 윤 사장은 엘리엇이 향후 계속 삼성물산 주주로 남아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엘리엇은 합병 출범 전 7% 지분으로 공격하고 싶었을텐데, 합병 성공 시 2%대로 떨어질 거다. 포기않고 괴롭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저희로서는 경영자원이 분산되고 어렵겠지만 더 이상 투기 자본이 통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또 "앞으로 계속 싸움을 걸어올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소액주주분들은 본인 투자와 경제발전 흐름에 도움되는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찬성 표심을 호소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