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기관 보고서 "정확한 원인 불명"…유동성 불안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지난해 10월 미국 채권금리가 갑자기 급락했던 '플래시크래시(Flash Crash)' 사태와 관련해 연방 기관들조차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공동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연방 기관 5곳은 작년 10월15일 발생한 채권시장 플래시크래시 사태를 촉발한 명확한 원인을 "아직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국채 시장의 깊이(depth)와 유동성과 관련된 구조적 변화추세가 가지는 의미를 계속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가 분석한 지난해 10월15일 당시 미국 국채 시장은 10년물 수익률이 오전 9시33분부터 9시45분 사이 단 12분 만에 16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당시 국채 10년물 수익률 일일 변동폭이 무려 36bp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변동세를 보였는데 안전 채권으로 간주되는 미국 국채가 그 같은 혼란장세를 연출하는 것은 상당히 드물다.
더구나 앞서 미국 국채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모두 중대한 정책 발표와 함께 나타났는데, 지난해의 사례에서는 그런 배경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물론 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출처: 미국 재무부 공동조사 보고서> |
이번 보고서는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딱히 주된 원인이 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기록적인 거래량 ▲주문대장 깊이 감소 ▲주주문흐름과 유동성 공급의 변화 ▲현저한 비정상적 시장행위 등 당시 시장자료와 함께 ▲ 지난 20년 동안 광범위한 미 국채시장 구조의 변화 ▲특히 초고속단타매매의 비중 증가 ▲ 은행딜러 간 매매 비중의 감소 등의 변화를 연계해 분석해 나가야 한다고 과제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CNN머니는 "작년 플래시크래시 원인이 미스터리로 남아 채권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유동성 부족으로 미 국채 시장이 다음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란 경고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은 생명줄이나 다름 없으며 유동성이 고갈되면 투자자 패닉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블랙스톤그룹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슈워츠먼은 은행시스템 강화를 위해 마련된 '도드 프랭크법' 때문에 은행들이 현금 또는 채권 같은 유동자산을 마음대로 풀 수가 없어 예기치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월가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중앙은행들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거시 유동성은 확대됐지만 시장 유동성은 오히려 부족해지는 역설이 발생했다며 이를 '유동성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자산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미 국채 시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깊고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으로 미국 재정 조달을 위한 1차 창구이자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실시 통로이며, 또한 글로벌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투자 및 헷징 수단이면서 금융상품의 벤치마크로 기능하는 등 세계경제에서 매우 중요하고 독특힌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시장 깊이'는 해당 시장의 증권 종목의 매수 매도 주문이 충분히 커서 대량의 매수 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이 증권의 가격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서도 흡수될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한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