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광장 ANDA 칼럼

속보

더보기

[이영태칼럼] 증오와 혐오를 벗어나야 한국이 산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블랙코미디’ 관전법

1. 20여 년 전 독일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통일과 언론’을 주제로 동서독 통일과 남북관계를 비교하며 언론의 역할을 조명하는 졸업논문을 쓰고 있었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건과 이슈들을 정리하고 보수를 대표하는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어떤 관점에서 동서독 관계를 보도했는지를 분석하는 논문이었다.

초고를 마친 후 당시 필자가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던 지역일간지 베스트팰리쉐룬트샤우(Westfaelische Rundschau·WR) 동료 기자에게 감수를 부탁했다. 어설픈 독일어로 쓴 논문이니 고칠 문장이나 표현이 많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는 단어가 하나 있다.

필자가 독일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national(나치오날)이라는 단어다. 독일 친구는 “이 단어는 과거에는 민족주의를 표현하는 말로 쓰였지만 히틀러 이후에는 나치(Nationalsozialistisch)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라 국가대표 등 중립적인 용도로만 쓰이고 민족주의적인 의미로는 기사나 논문 등 공적영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금기어(禁忌語)”라며 “대신에 nationalistisch(나치오날리스티쉬) 혹은 national orientiert(나치오날 오리엔티어트)라는 말로 대체하라”고 충고했다.

직역하자면 national은 같은 철자의 영어 단어와 비슷한 의미이지만 nationalistisch는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닌’, national orientiert는 ‘민족주의적 방향성을 가진’이란 뜻이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멀쩡한 단어를 사장시키고 길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회의사당(하원)의 스워드라인.<출처=영국 의회 홈페이지>
2. ‘신사의 나라’ 영국 의회에도 금기어가 있다. 동료의원들에게 바보 바리새인 악당 위선자 비겁자 강아지 돼지 반역자 등의 말을 써선 안 된다. 특히 ‘거짓말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결투를 각오해야 한다. 금기어를 사용할 경우 의장으로부터 즉각 취소, 사과, 퇴장명령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기사 출신 의원들이 많았던 영국 의회에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으로 의원들 사이에 생사결(生死決)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개회나 표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모욕감을 주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기어로 지정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거짓말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자 “명예로운 의원님의 발언에는 ‘용어상 부정확함’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라는 말로 상대를 우회 공격하기도 했다.

‘빅벤’으로 유명한 영국 국회의사당(하원)에는 지금도 의장석을 두고 여야가 마주앉는 자리의 한 가운데 의원들의 칼부림을 막기 위한 ‘스워드라인(Sword line·검선)’이 두 줄 그려져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드디어’ 사퇴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구태정치’에다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배신의 정치’라는 증오의 독설을 쏟아낸 지 13일 만이다.

한국 사회와 세계 경제를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사태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연출한 ‘블랙코미디’이자 ‘막장드라마’의 결론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뉴시스>
정치란 원래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타협을 전제로 한 공적영역이라든가, 입법·사법·행정이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왜 필요한지, 현대 민주사회는 통치가 아닌 협치(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민주주의 기본정신에 대한 담론의 공간을 여권 내부에서 만들어진 ‘증오의 블랙홀’이 삼켜버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증오의 정치는 꽤 긴 역사를 갖고 있다. 1945년 해방공간에서 움트기 시작한 좌우 이념대립은 6·25전쟁이란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귀결됐고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정책대결은 사라진 채 지역과 이념을 기반으로 한 ‘종북좌빨’과 ‘보수꼴통’만 남겼다.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패거리 정치는 ‘승자독식’ 문화로 굳어졌다. 과정이야 어떻든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과거에는 그나마 선거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증오와 혐오는 이제 광화문이나 서울시청광장 등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넘나들며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일간베스트(일베) 등의 사이트에서 표출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정치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깊어질수록 무관심도 커진다는 점이다. 즉 혐오가 초래하는 정치 무관심과 불신, 폄하가 정치라는 공공영역을 국민들이 외면케 하고 일부 기득권이 쥐락펴락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독일과 영국이 금기어를 만들어 공공영역에서의 사용을 금한 이유는 증오와 혐오를 내포한 언어가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임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옥스포드 유학생 출신 이승윤 씨와 소셜클라우딩 매체 '바이라인'을 창간한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은 최근 펴낸 한국 정치 평론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서 “나쁜 정치인에게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규정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유시민 "李대통령 국민 속여" 靑 "왜곡"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청와대는 24일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두고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근거 없는 비난성 주장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유 작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핌 DB] 유 작가는 지난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 개혁은 우리가 생각한 검찰 개혁, 더불어민주당 입장,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목표다. 원래 최대치의 검찰 개혁의 목표는 이랬다. '검사들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 기소 즉 소추를 담당하는 검사를 분리해서 수사하는 검사가 기소 역할을 겸하지 못하게 하자', '그리고 이걸 분리해서 법무부 안에 수사 담당하는 기관, 소추 담당하는 기관을 나누자' 이거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유 작가는 당시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이제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은 법무부 안에 '수사를 하는 검찰'과 '기소를 하는 검찰'을 나누는 것이 원래 검찰 개혁의 최대치라고 말했다. 이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pcjay@newspim.com 2026-09-24 18:31
사진
美법원, CNN 등 출입 복원 명령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N과 MS NOW, 폴리티코 등 3개 언론사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 미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4일(현지시각) 법원은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증을 즉시 복원하도록 명령했고, 백악관은 오전 한때 기자들의 출입이 계속 제한되는 혼선이 빚어진 뒤 이날 정오께 출입을 재허용했다. ◆ 美법원 "출입증 취소, 적법절차 위반 가능성"…백악관 결국 복원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의 팀 켈리 판사는 CNN과 MS NOW, 폴리티코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증을 즉시 복원하도록 명령했다. 이번 임시명령은 14일간 효력이 유지된다. 켈리 판사는 백악관이 기자들의 출입증을 취소한 조치가 헌법상 적법절차 권리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출입 금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행정부가 제시한 국가안보 논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 결정문에서 켈리 판사는 출입증 취소가 실제로 국가안보를 보호할 것이라는 주장에 충분한 사실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켈리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첫 임기 당시 지명한 판사다. 법원의 복원 명령이 나온 뒤에도 한때 세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이 제한됐다. 이에 CNN과 MS NOW, 폴리티코는 법원에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폴리티코는 자사 기자의 출입증이 압수됐다고 밝혔고, CNN과 MS NOW 기자들도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언론운영 담당 책임자인 마이카 스토퍼리치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백악관이 오전 7시25분부터 기자들의 출입증 복구 절차에 들어갔으며, 오전 9시55분께 백악관 언론팀이 출입구에 출입증을 가져다 놓았다고 밝혔다. 이후 세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은 이날 정오께 재개됐다. ◆ 트럼프 "허구·거짓말"…시진핑 방미 당일 TV 풀 취재도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CNN과 MS NOW, 폴리티코가 대통령을 취재하면서 "허구와 거짓말"을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다며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치를 국가안보 문제와 연결했다. 법무부 역시 이들 언론사의 일부 보도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사일 비축량과 백악관 무도회장 건설 등에 관한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반면 세 언론사는 출입 금지 조치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적법절차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켈리 판사는 현재 기록만으로는 출입증 취소가 국가안보 보호에 필요했다는 행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백악관 방문 등 주요 외교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CNN은 ABC, CBS, FOX뉴스, NBC와 함께 백악관 TV 풀을 구성하는 5개 언론사 중 하나다. TV 풀은 대통령 관련 취재를 분담하고 촬영 영상을 다른 언론사에 제공한다. CNN 등에 대한 출입 금지 이후 TV 풀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은 CNN과의 연대 차원에서 공동 취재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목요일 오전 백악관 사우스론에 도착했을 당시 TV 풀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고, FOX뉴스와 MS NOW, CNN은 두 정상의 도착 행사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시 주석을 환영하면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중국 기자들이 가장 우호적인 언론인들이라는 취지의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켈리 판사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언론 관련 소송에서 법적 차질을 겪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아이오와주 법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디모인 레지스터 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가 J. 앤 셀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스콧 비티 아이오와 지방법원 판사는 해당 여론조사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9월 24일(현지시각) CNN 백악관 특파원 베시 클라인이 출입 복원을 명령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출입 권한을 되찾은 후 백악관에서 취재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wonjiun@newspim.com 2026-09-25 0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