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에 담긴 박심(朴心)
2017년 12월 20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6·25 65주년을 맞은 오늘 시점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실질적 임기가 2년 반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올해 초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내세워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복병을 만난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빼든 칼이 황교안 국무총리(사시 23회, 사법연수원 13기)와 김현웅 법무부장관 내정자(사시 26회, 사법연수원 16기)다.
황 총리와 김 내정자 카드를 꺼낸 박 대통령의 속내를 읽기 위해선 또 한 사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바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사시 26회, 사법연수원 16기)이다. 지난 18일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통과에 이어 21일 법무장관 내정자 발표로 이어진 박근혜 인사가 바로 김 차장의 총장 임명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다.
오는 12월 1일 종료되는 김진태 현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 머릿속에는 이미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핵심 전략인 ‘부패와의 전쟁’과 ‘공안통치’를 책임질 황교안 총리, 김현웅 법무장관, 김수남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정라인이 그려져 있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고등고시 사법과 12회)이 지난 2월 퇴진한 이후 검찰 장악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왔다. 더욱이 경찰 출신인 이완구 전 총리는 63일 만에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시 29회(사법연수원 19기)로 법무부와 검찰 선배들을 장악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황교안-김현웅-김수남으로 구축될 사정라인의 핵심고리는 다소 세간의 예상을 벗어난 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사정라인으로 예상되는 황교안 국무총리(왼쪽부터), 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자, 김수남 대검 차장.<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김 내정자를 선택한 실질적인 배경은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조기 레임덕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장 내년 4월 20대 총선이 있고 후년에는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집권 초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공안통치의 서막을 연 박 대통령에게는 레임덕 방지를 위해 올해 초 이 전 총리를 통해 선포한 ‘부패와의 전쟁’ 등 내치를 맡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정라인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2013년 12월부터 법무부에서 1년 2개월간 손발을 맞춰본 황 총리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박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수사,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현 정부의 굵직한 공안이슈들을 함께 처리했다.
김 내정자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히는 TK(대구·경북) 출신 김수남 차장과 서울대 및 사시 동기이자 가까운 친구 사이로 직무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발탁 배경이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검찰 고위직 중 몇 남지 않은 호남(전남 고흥) 출신에 현직이라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때 5억2153만원을 신고해 차관급 이상 법무부·검찰 고위직 가운데 재산이 가장 적었으며 육군 중위로 제대해 병역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차별과 전관예우 논란을 한 번에 잠재우고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는 황 총리를 보좌할 최상의 카드를 뽑은 셈이다.
김 내정자와 함께 법무부장관 후보로 끝까지 경합한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 원장(사법연수원 15기, 현 농협대학교 석좌교수)의 경우 같은 호남 출신이지만 강한 성격 때문에 한 기수 후배인 김수남 차장이 총장이 됐을 경우 직무수행 과정에서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배제했다는 후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현웅 인사는 김수남 차기 총장 후보자와의 호흡을 고려한 것”이라며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로 인사 트라우마를 경험한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병철 전 원장은 이번 인사에서는 배제됐지만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