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데스크칼럼] 청와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의 ‘수염과 골산론’

기사입력 : 2013년09월25일 12:46

최종수정 : 2016년07월12일 17:05

타협의 정치가 사라진 2013년 정기국회 풍경을 보며

“산에는 골산(骨山)과 육산(肉山)이 있다. 골산은 바위가 많고 계곡이 깊은 산이고 육산은 흙이 많고 둥근 산을 말한다. 내 관상은 육산보다는 골산에 가까워 수염으로 조림(造林)을 하면 주변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이 더 편안해질 것 같다는 말에 수염을 기르게 됐다.”

‘박근혜정부의 설계자’로 불리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24일 청와대 출입기자 몇 명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수염을 기른 이유를 묻자 대답한 말이다.

유 수석에게 수염으로 조림을 하라고 권유한 사람은 지난 2011년 입적한 봉철스님이다. 청불회장(청와대 불교신자들의 모임)을 맡고 있는 유 수석이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1977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2학년 재학 중 봉철스님을 만나면서다. 유 수석은 당시 행정고시 공부를 위해 경북 영주 소백산 양백정사를 찾았다가 봉철스님을 만나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유 수석은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책을 쓸 때는 집중할 필요가 있어 스님 곁에 머물며 집필을 하곤 했다. 2005년 안식년을 맞아 글을 쓰기 위해 스님을 다시 찾아뵀는데 그때 해주신 말씀이 골산과 육산”이라고 소개했다.

남달리 몸에 털이 많은 편인 유 수석은 당시 글 쓰는 데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얼굴을 가리게 됐다. 이를 본 봉철스님이 유 수석에게 수염을 길러 ‘조림’을 하면 나무가 부족한 ‘골산’의 단점을 가리게 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때 집필 중이던 유 수석을 찾아온 부인과 딸이 수염 기른 가장의 모습을 보고 “괜찮다”고 칭찬을 한 것도 ‘청와대 백발도사’ 유민봉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10년 전 같은 상황에서 수염을 기른 가장의 모습에 대해선 자못 비판적이었던 부인과 딸의 변심이다. 혹은 세월이란 선물이 유 수석을 수염이 어울리는 넉넉한 남자로 변신시킨 것일 수도 있겠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지난 5월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제15대 청불회(靑佛會·청와대 불교신자 모임) 회장 취임 법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조계종]

36년 전 시작된 유 수석과 봉철스님 간의 관계는 유 수석이 ‘유발상좌’(머리를 기르는 불가의 제자)가 되면서 더욱 돈독해진다. 봉철스님으로부터 배운 참선으로 집중력을 배가시킨 유 수석은 1983년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이듬해 공부에 뜻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대에서 정책학을 공부하고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유 수석의 평생 스승인 봉철스님은 하버드대 출신의 눈푸른 수행자 현각스님도 제자로 키웠다. 양백정사가 있는 경북 영주 일대에서는 ‘욕쟁이 스님’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았다.

아무튼 수염 있는 남자로 변신하며 단점을 상쇄시킨 덕분인지 유 수석은 교수로 재직한 성균관대나 청와대에서 꽤 인기 있는 남자로 통한다. 칭찬에 인색한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넉넉함이 느껴지는 유 수석에게 상당한 호감을 표시할 정도다.

유 수석의 수염을 길게 얘기하는 이유는 지난 2일 시작된 정기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실이 꼭 조림되지 않은 골산을 보는 것 같아서다. 청(靑)은 청대로, 여(與)는 여대로, 야(野)는 야대로 타협이란 조림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가진 바위의 크기와 단단함만 재고 있는 풍경이 안타깝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분위기도 굳이 비유하자면 ‘육산’보다는 ‘골산’에 가깝다.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산림녹화사업을 정치권으로 확산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골산론’을 마친 유 수석은 청와대 내의 엄숙한 분위기 때문인지 수염을 기르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선 안 된다. 안 그래도 골산인 청와대에 ‘조림된 수석’이라도 있어야 사람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정경부장 (medialyt@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환율 한때 1480원대...2009년 3월이후 최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2024.12.27 mironj19@newspim.com   2024-12-27 12:56
사진
'모바일 주민증' 27일부터 시범 발급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앞으로 17세 이상 국민 모두가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담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7일부터 전국민의 신분증인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행안부 제공2024.12.26 kboyu@newspim.com 행안부에 따르면,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먼저 세종특별자치시, 고양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발급을 해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 1분기 중 전국에서 발급할 계획이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개인 스마트폰에 발급되는 법적 신분증으로, 기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모든 국민(최초 발급자 포함)이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2021년부터 제공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 재외국민 신원확인증에 이어 네 번째 추가되는 모바일 신분증이다. 행안부는 먼저 세종시, 전남 여수시, 전남 영암군, 강원 홍천군, 경기 고양시, 경남 거창군, 대전 서구, 대구 군위군, 울산 울주군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하며, 이후 내년 1분기 중으로 전 국민에게 발급할 계획이다. 시범 발급 기간 동안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해당 지역인 주민들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IC주민등록증'을 휴대폰에 인식시키거나 'QR 발급' 방법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다. 전면 발급 시에는 정부24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시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QR 발급 방법은 사진 제출이 필요 없지만, 주민등록증 사진이 오래된 경우 모바일 신분증 앱에서 안면 인식이 어려울 수 있어 재발급 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이 가능하다. 한편,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정보 유출 및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높은 보안성을 제공한다. 본인 스마트폰에만 발급되며, 분실 시에는 잠김 처리되어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68년 주민등록증 도입 이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며 "이번 시범 발급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oyu@newspim.com 2024-12-26 13:1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