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규제 대폭 완화…'달러 퍼내기' 일석이조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외환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은 '달러 퍼내기'로 외환수급을 개선하자는 목적 외에도 지금이 해외 인수합병(M&A)의 적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달러 유출에 대한 규제를 까다롭게 하면서 기업들이 해외 M&A를 추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로인해 M&A를 통해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해외 알짜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호기라고 보고있다.
정부는 29일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과 '외환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해외 M&A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 그린필드형 줄이고 M&A형 투자 늘리자
정부가 해외 M&A를 적극 독려하고 나선 것은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가 M&A보다는 그린필드형 투자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린필드형 투자는 현지법인이나 공장설립 등 실물중심의 투자를 말한다. 그린필드형 투자가 많은 것은 국내투자 감소, 산업공동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중 M&A 비중은 24.1%에 불과하고 그린필드형은 75.9%를 차지했다. 최근 5년 간 추이를 보면 그린필드형이 75% 이상 차지했고 M&A형은 20%대에 머물러 있다(그래프 참조).
반면 선진국의 경우 해외직접투자의 절반 이상이 M&A 투자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일본도 높은 비중의 그린필드형 해외투자를 추진했다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신사업 개척이나 첨단기술 획득 등 해외투자의 긍정적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린필드형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산업의 공동화 현상 등 부정적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지금이 지분투자를 통해 알짜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호기"라고 강조했다.
◆ '넘치는 달러' 해외투자 확대로 대응
정부가 해외투자를 독려하는 데는 '넘치는 달러'에 대한 고민도 깔려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말 현재 3715억 1000만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반면 엔/원환율은 89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초보다 약 17%나 급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해외직접투자액은 17.9% 수준으로 선진국(47.1%)은 물론 개도국(18.7%)보다도 저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 M&A에 대해 외국환거래법상 사전신고 의무를 사후보고로 전환하고, 여타 해외직접투자의 경우에도 500만달러 이하까지 사후보고로 전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외평기금 외화대출의 상환자금을 활용해 금융기관이 해외 M&A 추진기업에 연간 50억달러 한도로 M&A 인수금융을 지원하도록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연간 50억달러 이상의 해외 M&A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