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수익성 개선 목표…"앞으로도 성장할 것"
[뉴스핌=함지현 기자] # "A 편의점 도시락이 더 괜찮네…"
혼자 자취를 하는 30대 직장인 ㄱ 씨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사 먹었지만 요즘은 A 편의점의 도시락만을 찾는다. 자주 먹으면서 비교를 해보니 B 편의점의 도시락보다 가격에 비해 양이 많고 반찬 구성도 알차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로 ㄱ씨는 도시락을 살때에는 B 편의점보다 조금 더 멀기는 하지만 A 편의점을 주로 찾게 됐다. 갈 때마다 담배나 물, 군것질거리 등 필요한 다른 상품도 자연스럽게 함께 구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가 출점 경쟁을 넘어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인 'PB(Private Brand)상품'이 자리 잡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의 1분기 PB상품 매출이 전년대비 20% 넘게 신장하면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편의점이 연간 8.3%대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디딤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편의점 3사, 1분기 PB 매출 20% 이상 증가…NB 제친 1위 제품도
씨유(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PB상품 매출은 모두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구성비도 꾸준히 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업계 1위 씨유(CU)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2.8% 신장했다. PB상품 개수도 지난해보다 100개 정도 늘어난 600여 개로 평균적으로 운영하는 상품 수의 20~2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PB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늘었다. GS25가 상시로 운영하는 PB상품은 2300여 가지에 달한다. GS25는 실제 GS25라벨을 붙인 PB상품과 GS25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을 모두 통틀어 차별화 상품으로 보고 PB상품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부터 지난 15일까지 PB상품 매출이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PB상품의 종류도 약 700개로 올해 1분기 전체 제품 중 31.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상품 중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1%, 2013년 27%였던데 비춰보면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B상품이 기존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NB(National Brand)상품들을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CU에서는 팝콘을 완제품형 봉지스낵으로 만든 PB상품 '콘소메맛팝콘'이 기존 강자인 새우깡보다도 2배 가량 더 많이 팔리면서 올해 1분기 판매수량 기준 스낵 판매 1위에 올랐다.
GS25에서도 '버터갈릭맛팝콘'이 새우깡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아이스크림 전문 중소기업 라벨리가 만든 라벨리 팥빙수도 아이스크림 카테고리 부동의 1위였던 메로나를 제치고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지역 맛집과 연계해 선보인 '교동짬뽕'이 출시 7개월여 만에 210만개 이상 판매되며 '삼양불닭볶음면'을 제치고 컵라면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 PB상품 개발,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 목표…"앞으로도 늘어날 것"
각 업체들이 PB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을 들 수 있다. 이 배경에는 편의점 개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조만간 추가 출점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유통업의 특성상 기존 제조업체의 상품만 유통을 하다 보면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가 힘들다. 쉽게 말하면 '새우깡'을 사기 위해 특별히 어느 편의점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차별화는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 자신들만이 팔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그 제품을 찾는 고객이 자사 편의점을 찾는 횟수가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점포를 운영하는 경영주나 본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수익성 개선이 꼽힌다. PB상품은 중간유통이 간결하고 판촉 등 관련 마케팅 활동에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같은 가격의 NB상품보다 편의점측의 이익이 더 크다. 각 사에서는 이같은 매익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업체를 대상으로 할 경우 매익율이 30% 후반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편의점 PB상품의 매익율은 40%를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똑같이 1억원을 팔더라도 PB상품이 NB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유통업체는 PB를 더 판매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PB상품의 성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 교수는 "편의점은 신규 출점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PB상품으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PB제품의 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