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부터 이머징 통화까지 출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 국채가 글로벌 증시를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마이너스로 내리 꽂히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반등, 4일(현지시각) 1% 선을 밟자 유로화가 치솟으면서 유럽 증시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유럽은 물론이고 이머징마켓까지 시장 변동성이 급등한 한편 위험자산의 매도 압박이 일파만파 번졌다.
트레이딩 현장[출처=신화/뉴시스] |
금리 상승은 유로화를 끌어올렸다. 유로/달러는 장중 한 때 1.138달러까지 오른 뒤 1.12달러 선으로 내렸다.
이에 따라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3일 연속 상승했다. 3일간 상승폭은 3%를 웃돌았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폭에 해당한다.
국채 및 외환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에 그리스의 협상 불발이 맞물리면서 유럽 주요 증시는 1% 내외로 하락했다. 주가 하락 압박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까지 확산됐다.
독일 국채 수익률 상승에서 비롯된 시장 파장은 신흥국 통화까지 강타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부터 러시아 루블화까지 주요 통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달러화에 대해 루피아화가 17년래 최저치로 밀렸고,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가 각각 7주 및 2주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도부터 남아공까지 신흥국 주식시장 역시 1% 내외로 일제히 떨어지며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4월 말 대비 8% 떨어진 가운데 시장 변동성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UBS의 마니크 나라인 전략가는 “신흥국 금융 자산 가운데 선진국 채권시장의 급변동에 따른 파장에서 자유로운 것은 거의 없다”며 “독일과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가까운 시일 안에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이머징마켓 채권시장 역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신흥국 채권시장의 투매는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년래 최고치로 뛰었고, 호주 10년물 수익률 역시 올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 역시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초저금리 상황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연초 이후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이들 채권의 최근 급반전에 시장 전문가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독일을 필두로 유럽에서 시작된 국채 ‘팔자’가 이머징마켓까지 확산됐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진단이다. 또 채권 수익률이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지 오래이며, 이 때문에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케네스 아킨트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며 “투자심리의 급변과 이에 따른 포지션 전환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