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뉴스핌=이에라 기자] "국내 성장에 대한 한계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과거 중국 등 한 곳에 집중 투자했던 실패를 교훈삼아 해외 투자도 포트폴리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4일 뉴스핌과 인터뷰를 통해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 매력도가 높은 곳이 많다"며 "한국보다 해외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곳을 찾아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형석 사진기자> |
◆ 해외 투자 필수…국내 2분기 조정 매수 기회로
어제(13일) 부산 지점 방문을 마치고 새벽에 올라왔다는 유 사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1분기 성과는 물론 올해도 1위 실적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초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시대의 투자를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자, 해답을 '해외 투자'에서 찾으라고 귀띔했다.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노후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꾸준히 수익이 나오는 인컴(Income) 자산 등을 편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국내 주식과 채권 등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국내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질 때 투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이제는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수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올해 선진국 가운데 유망한 투자처로는 유럽과 일본을 꼽았다. 신흥국 중에는 중국이 단기 과열권에 접어든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이런 점에서는 인도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던 최근 입장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유사장은 2분기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의 하우스뷰가 코스피 2300선으로 상향조정됐음을 환기했다.
인터뷰 당시 코스피 2100선 돌파 이후 조정 흐름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시장 기조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라며 "1분기 주가 급등을 이끌었던 저금리·유동성 환경이 4월말 이후 금리상승으로 반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는 흐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레벨 상승은 미국 등 글로벌 경제 상황 호전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2분기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강세장을 대비하는 매수 기회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 4년째 업계 최고 실적‥"수익 다변화·헝그리정신"
한국투자증권의 개별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23억1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이상 뛰었다. 당기순이익도 1104억7600만원으로 180% 가까이 급증했다. 4년째 업계 최상위 자리를 지켜냈다.
유 사장은 가장 큰 원동력을 '수익 다변화'로 꼽았다. 한 분야에서만 최고를 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잘하는 것이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경쟁사를 보면 어떤 한 분야는 1등을 하는데, 또 다른 분야에서는 10등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5~6개의 주요 수익원에서 1등 아니면 2·3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립계열사로 큰 재벌이나 은행이 있는게 아니다보니 직원 각자 자기 몫을 다해야만 하는 헝그리 정신도 갖고 있다"며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는 각오가 하나의 비결"이라며 의지를 되새겼다.
향후 신규 수익원으로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 영위할 수 있는 부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유 사장은 "자기자본 200% 내에서 자율적인 기업신용 공여가 가능해졌다"며 "인수금융 활성화 등을 통해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여신전문금융회사 한국투자캐피탈을 설립, 기업신용공여 업무 강화를 통한 기업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유 사장은 "증권의 기업고객 기반을 공유해 시너지로 새 수익원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서비스에 중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형석 사진기자> |
자산관리도 계속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포트폴리오서비스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자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유 사장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증권사들이 고객 수익률을 우선하겠다면서 성과 평가시스템도 연동하겠다고 하지만, 우선 고객 수익률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지금까지는 고객 수익률을 다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고객이 1억원을 투자할 경우, 중간 투자자산 환매 및 재설정 등 자금 유출입 과정은 생략하고 마지막 투자 시점의 수익률만 집계하는 식이었다"며 "이 경우 고객의 진짜 수익률을 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이라면 고객수익률 운운하는 것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고객이 처음 투자를 한 시점부터 자금 유출입 상황을 다 포함한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이래야 제대로 된 고객 수익률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자산관리 전문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상품전문가가 구성한 모델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직원이 고객의 위험성향을 감안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상세한 성과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매직솔루션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 사장은 "향후 핀테크와 관련한 서비스로는 프라이빗뱅커(PB)가 거액 자산가를 관리하듯이 소액 투자자에게도 온라인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자산관리를 해주는 인터넷 PB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신흥시장 개척‥ 30년 뒤 먹거리 만들겠다"
유 사장은 올해 8번째 연임에 성공한 최장수 증권사 CEO다. 증권업계 입문한 지 18년 만인 2007년 젊은 CEO 자리에 오른 그는 한국투자증권을 최고 증권사로 올려놓았고, 지금도 여전히 1위 증권사의 조용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이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 사장을 옆에서 봐왔던 임직원들과 업계 사람들은 그의 꼼꼼한 성격과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실적 향상과 연임의 배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 사장은 "임기를 염두하고 일하지 않았다"며 "'이 자리의 적임자가 아니거나 혹은 열정이 식었다'는 판단이 들면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 회사의 몇십년 미래를 위해 초석을 쌓는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신흥 시장을 개척해 30년 뒤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환하게 웃었다.
2010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설립한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흑자 기조를 구축, 10위권 증권사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지난해 세운 사무소를 기반으로 현지 파트너 물색과 다각적 제휴를 통해 신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