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선물 저점대비 18% 상승…중국은 수입 감소
[뉴스핌=배효진 기자] 글로벌 경기 바로미터인 '닥터코퍼' 구리가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 10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은 톤(t)당 6479달러에 거래되며 5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기록한 5년 6개월래 저점 대비 18% 이상 올랐다.
지난해 가격 폭락에 따른 업계의 생산 감축 노력이 최근 구리 반등을 이끌고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 3대 구리 생산업체 글렌코어는 1분기 생산량이 35만700t으로 직전분기 38만5600t에서 9% 줄었다고 밝혔다. BHP빌리턴도 올 초 강우로 인한 칠레광산 피해와 호주 올림픽 댐 광산의 유지보수를 이유로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QE)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의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구리 가격 상승세를 지탱하고 있다.
유럽통계청은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분기 대비 0.4% 증가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EU 28개국 전체 GDP도 0.4% 늘었다. 4월 유로존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9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에 12일 기준 LME의 구리 캔슬드워런트(출고를 앞둔 재고)는 12% 증가한 10만7700t를 기록했다. LME 구리 재고량의 32% 규모로 지난해 6월 이후 최대치다. 아울러 11일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의 구리 순매수 포지션은 3만1645계약으로 9개월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차드 푸 소시에떼제네랄 뉴웨지 아시아원자재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구리 상승세를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구리 가격이 곧 t당 6800~70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문제는 중국 경기 침체
구리가격 향배의 열쇠를 쥔 중국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 중국은 최근 부동산과 제조업 등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구리가격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의 4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0% 늘었다. 연초부터 누계액 증가율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4월 광공업생산은 5.9% 증가해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다. 4월 소매판매는 10.0% 증가하는 데 그쳐 2006년 2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유진 바인베르그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 따른 효과가 이미 원자재 가격에 반영돼 있는 상태"라며 "당국이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가격 반등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막스 레이튼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동산시장의 과잉공급으로 지난 수 년간 건설업종에서 구리 수요가 미뤄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 18~24개월 신규 건설프로젝트가 실시되기 전까지 수요 회복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말 구리 선물이 t당 5200달러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 내 구리가격이 국제구리 가격 오름세에 동조해 뛰는 것도 중국 구매자들의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상하이상품거래소에서 구리 현물은 t당 4만6120위안으로 4월 말 대비 4% 가까이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트레이더는 "경기 부진에도 구리가격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자 일부 판매자들이 선물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리가격이 5월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