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주체에 따른 성과 격차 드러나
[뉴스핌=박민선 기자] '해외 펀드라고 다 같은 해외 펀드가 아니다?'
해외 펀드 시장이 투자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상품들 사이의 중장기 성과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해당 펀드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운용되는가에 따라 퍼포먼스에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품 가입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국내 운용하는 해외펀드 VS. 해외 현지 운용하는 해외펀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 자체 해외주식운용팀에서 직접 운용을 하는 상품과 해외 자산운용사나 자사의 해외법인 등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으로 나뉜다.
이들 모두 국내 법률과 규정에 따라 설정·운용되지만, 국내 운용역들의 해외 시장 및 주식 운용 대응 능력의 한계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 중 해외 주식 종목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인 만큼 운용진들의 기업 분석 및 이해도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종목 리서치 등에 있어 국내 업체들의 내공이 현지 업체와 비교할 때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변동 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략에서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인덱스 펀드 등을 제외하고는 위탁하는 상품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운용사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에 직접 운용을 위탁하거나 해외 펀드를 상품에 담아 재간접 형식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 경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환헷지와 마케팅 관리 등을 담당할 뿐 포트폴리오 내 종목에 대한 편·출입 등은 현지에서 결정하도록 위탁하고 있다.
◆ 현지 기업, 시장 잘 아는 쪽이 유리한 건 사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투자지역 및 대상이 유사한 펀드들을 비교한 결과 해외 위탁 상품이 국내에서 운용되는 상품보다 두배 이상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제로인(Funddoctor.com)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상품 가운데 국내에서 운용되는 '삼성글로벌오퍼튜니티증권자투자신탁1'은 최근 1년간 11.67%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현지에서 운용되고 있는 '미래에셋글로벌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1'은 25.74%의 성과를 거두며 2배 이상 성과 차이를 보였다.
이들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삼성글로벌오퍼튜니티펀드가 전체 자산 중 14.64%를 '코덱스 중국본토A50'로 채우고 화이자, EMC코퍼레이션, 오라클, IBM, 버라이즌 등 미국 주식을 순차적으로 배치한 반면 '미래에셋글로벌그로스펀드'는 '아이쉐어스 글로벌헬스케어ETF'와 헬스케어셀렉트섹터, 아이쉐어스 노스 아메리칸 테크 등을 5% 안팎으로 고르게 분포시켰다.
또 미국 금융주를 주 대상으로 투자하는 상품 중에서는 웰스파고를 필두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모간스탠리 등을 담고 있는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 귀한'이 1년간 10.61%, 2년간 27.14%의 수익률을 거뒀으나 국내 해외주식운용팀이 운용하는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1(주식)(A)'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각각 1.26%, 19.70% 수준에 그쳤다.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2자 1'과 '삼성아세안자2' 역시 아세안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상품의 장기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선택 기준이 되고 있는데, 최근 자금이 유입되는 상품을 보면 이들 역시 위탁상품인 경우가 많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올해들어 무려 5675억원이 순유입되며 투자자 선호도 1위를 기록 중인 '슈로더유로자A(주식)'와 연초 이후 설정액이 20배 이상 불어난 '한화글로벌헬스케어' 역시 각각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리미티드와 섹토롤 자산운용에 위탁 운용 중이다.
앞서 운용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특정 상품 가입 기준은 투자자들 선택의 문제이고 장단점이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거나 우리나라 기업과 연관성이 높은 중국 등을 제외한다면 위탁 형태의 상품이 전문성에서는 앞서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