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기대심리 상승 VS 국채 수익률 따른 경기 압박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딜레마에 빠졌다.
비장의 카드 양적완화(QE)를 전격 단행하면서 자신했던 것처럼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한풀 꺾이는 등 정책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문제는 금융시장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한 데다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조기에 종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한편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마이너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졌던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일(현지시각) 장중 0.775%까지 뛰었다. 그 밖에 주요 국채도 마찬가지다. ECB의 자산매입으로 인해 유로존 국채의 절반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전례 없는 상황을 연출했으나 하락 일방향의 수익률 흐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국채 평균 수익률은 0.81%로 상승해 3월 기록한 저점에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5년 만기 국채와 물가연동채권(TIPS)의 금리 스프레드인 BER(break even point)이 최근 1.8%에 근접하며 지난해 12월5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RBS의 그렉 깁스 전략가는 “근본적으로 디플레이션 공포가 크게 완화됐다”며 “투자자들은 이를 ECB의 QE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정책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국채 수익률 상승에 이어 주식과 유로화 환율까지 금융시장 전반에 도미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바닥 없는 하락을 연출했던 유로화는 지난 4월 10개 선진국 통화에 대해 0.9% 상승했다. 저금리와 유로화 급락, 그리고 QE에 기대 파죽지세로 올랐던 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6일 스톡스600 지수는 2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최근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드라기 ECB 총재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QE의 효과가 지속되기 위한 시장 여건과 정반대의 방향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살아나기 시작하는 투자를 다시 꺾어놓을 수 있다. 또 유로화 상승 반전은 수출 기업의 이익 증가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이는 결국 주가 하락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시장 전반의 방향 전환이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로존 실업률이 11.3%에 이르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제로 수준에 머무는 등 경제 지표가 ECB의 목표치와 현격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렌버그 은행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과 주가 약세 등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모두 악재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정책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인 동시에 ECB의 QE 물량 확보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한다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