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주식 대출 늘었지만 채무상환 능력 충분
[뉴스핌=배효진 기자] 미국이 빠른 속도로 빚을 늘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물량은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계 부채는 물론 주식 투자자들의 증권담보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레버리지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 이유를 미국의 경제 건전성과 소득과 높아져 부채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기 때문이라고 3일(현지시각)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 집계에서 올해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6090억달러(약 657조4155억원)로 전년 동기 5680억달러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신용카드와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11조8000억달러로 직전 분기에서 1% 늘었다고 집계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조사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증권담보 대출 규모는 지난달 기준 4764억달러로 50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과 가계를 비롯한 각 부문에서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모간스탠리 집계에서 지난해 미국 우량 비금융 기업들의 순레버리지 비율은 1.88배로 2007년 말 1.64배에서 소폭 증가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의 연간 이자지출 대비 이익 비율은 11.02배로 2007년 9.43보다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회사채 이자를 갚을 능력이 대출 증가세를 앞지른 것으로 기업들이 채무상환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낮아졌다. 무디스 투자 서비스 조사에서 지난달 말 기준 향후 12개월 투자부적격(정크) 등급 회사채의 디폴트 비율은 1.9%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당시 15%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가계의 빚 부담도 크게 줄었다. 현재 가계 부채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6.7%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있지만 소비와 고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펼친 데 따라 주식 투자자들의 대출도 보유한 주식 가치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니퍼 베일 US뱅크자산운용 채권 연구 대표는 "현재 신용버블 붕괴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초저금리 환경을 고려하면 느린 레버리지 증가세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시반 하마데반 모간스탠리 미국 신용전략 대표는 "주식회사 아메리카가 대출을 늘리는 것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초저금리와 낮은 부채 상환 비용이 순풍으로 작용한다"고 전망하며 미 국채보다 정크 등급의 회사채 보유를 추천했다.
안나 아브라모비치 크레디트스위스 트레이딩 전략가 역시 "증권담보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증시 랠리를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지표가 청신호는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신용등급이 B3 이하인 미국 비금융기업은 184개로 2년 전 같은 기간의 146개보다 늘어났다.
메드트로닉과 AT&T, 악타비스 등 일부 기업의 회사채는 최근 불어난 레버리지와 불확실한 실적 증가세에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매리 싱 브랜즈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딸꾹질(hiccup)에 대비하기 시작하면서 드라이 파우더(투자 목적으로 모금됐으나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미투자 자금)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