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젝트 줄줄이 폐지, 공급 부족 사태 우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 폭락에 따른 에너지 업계의 투자 감축이 이르면 5년 뒤 메가톤급 부메랑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르면 5년 뒤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 지난해 6월 이후 유가 폭락보다 더 큰 폭의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유 굴찰 장비[출처=신화/뉴시스] |
공급 과잉이 단시일 안에 해소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 하더라도 ‘L’자 의 횡보를 연출할 여지가 높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석유 메이저 업체들의 진단은 다르다. 이번 유가 폭락으로 인해 앞으로 5~10년 이후 원유 및 가스 공급을 목표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됐고, 이 때문에 폭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엑손 모빌과 로열 더치 셸 등 석유 메이저 업체들은 수년간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일제히 취소하거나 보류한 상황이다. 공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가 맞물릴 경우 유가가 천정 뚫린 폭등을 연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토탈의 패트릭 푸야네 최고경영자는 “오늘날 석유 메이저들의 결정이 가까운 장래에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라며 “메가톤급 프로젝트를 중단한 데 따른 파장이 이르면 3년 후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원유 수요는 이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국제에너지기구가 제시한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는 하루 9470만배럴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수요가 하루 100만배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반해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감소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은 비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도 마찬가지다. 200여개의 대형 유전 및 가스전 프로젝트가 2년 이내 최종 투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대부분 보류되거나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리 그룹의 랄프 에즈 부회장은 “예상보다 가까운 장래에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원유 트레이더와 머니매니저들은 유가가 당장 V자 반등을 이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저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여지가 높지만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세계 최대 원유 트레이더인 비톨 그룹의 이안 테일러 대표는 “유가가 추세적으로 50달러 아래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가는 바닥을 찍고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