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특정금전신탁에서 판매...저금리에 은행고객들도 자금이동
[편집자] 이 기사는 4월 17일 오후 13시 39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한기진 기자]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의류장사를 하는 김철수(59·가명)씨는 스스로를 ‘거북이 투자자’로 생각한다. 30여년간 동대문 시장에서 한자리를 지키며 장사했고 은행 1~2곳만 거래하며 예적금만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금리는 떨어지고 증시는 오르자 해외투자와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씨는 “원금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은퇴를 생각하니 보다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해졌다"며 "그렇다고 공격적인 것은 싫다”고 말했다. 고심끝에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을 찾아가자 특정금전신탁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권유받았다. 하나은행 직원은 “해외투자 없이 자산관리전략을 수립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외 종목 분석은 국내에서 어렵기 때문에 해외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 투자가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투자상품을 지정해 운용을 맡기는 신탁상품이다.
ETF가 최근 대안투자로 급부상하면서, 몇몇 은행들이 '특정금전신탁'에 투자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은행권에 등장한 지 1년 동안 급성장세를 보였다가, 최근 주가가 오르자 차익실현이 늘면서 ETF 매도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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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유미 기자> |
하나은행은 지난해 중순부터 특정금전신탁에 ETF를 담기 시작해 올해 3월말 현재 2조1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외환은행도 같은 기간 6500억원 어치를 팔았다.
특정금전신탁 대표주자인 ELS(주가연계증권)의 3월말 잔액이 하나은행은 3조3000억원, 외환은행은 1조2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ETF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KB국민은행도 1월초 6000억원가량 됐다가 최근 5600억원으로 ETF잔액이 다소 감소했다.
하나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하나 행복Dream ETF 특정금전신탁'은 한 계좌에 여러 개의 ETF를 담아 운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해외 투자상품이 일부 포함된 게 특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자문사 역할을 하며 주로 매크로와 산업 등 섹터투자를 선호한다. 국내에서는 해외 개별 종목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ETF 장점은 적은 금액으로도 미국, 유럽, 신흥국 등 글로벌 증시의 상승 효과를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 고객들은 국내 증시 지수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다. 펀드와 비교할 때 ETF의 가장 큰 장점이 주식처럼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실시간 매매할 수 있는 것인데, 미국이나 유럽에 상장된 ETF는 우리 시각으로 밤에만 거래할 수 있어서다.
KB국민은행도 TIGER 합성-일본(H) ETF처럼 토픽스(TOPIX) 지수를 추종하는 KB특정금전신탁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에 상장된 ETF 투자가 대부분이다.
또 최근 코스피가 2100 포인트를 뚫으면서 나타난 현상은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
국민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ETF는 증시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 많은데 주가가 2100을 뚫자 과거에 물렸던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며, 잔액이 올초에 비해 감소했다”면서 “ETF 고객의 성향은 예금처럼 투자하려고 하는데 코스피가 2200을 뚫어야만 신규 매수세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저금리가 지속되면 결국 해외투자를 확대할 수 밖에 없어 ETF가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ETF 시장을 낙관적으로 봤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