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헤알화 급락에도 마이너스 성장 전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전통적인 경기부양책을 도화선으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됐지만 부질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통상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릴 때 수출 증가를 필두로 실물경기 호조가 이어졌지만 최근 경쟁적인 평가절하 움직임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루블화[출처=블룸버그통신] |
그런데도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은 불과 4%를 기록, 이전 10년간 평균치인 8%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2011년 초 이후 무려 48%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는 성장 모멘텀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25년래 최악의 경기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와 함께 브라질 역시 올해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스티븐 옌 SLJ 매크로 파트너스 공동 대표는 “글로벌 경제 성장과 교역의 강한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향후 경기 전망이 쉽지 않다”며 “과거와 같은 수출 증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폭의 통화 평가절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관세 인하 압박과 중국의 성장 구조 변화 등 두 가지를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수출 주도의 성장보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 활성화로 무게를 옮긴 데 따라 수입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는 얘기다.
UBS의 바누 바웨자 이머징마켓 전략 헤드는 “세계화가 퇴색하고 있다”며 “통화 평가절하가 여전히 일정 부분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만 과거와 같이 경제 성장의 강력한 돌파구가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올들어 금리를 인하하거나 그 밖에 통화완화 정책으로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단행한 국가는 20개국을 넘어섰다. 환율전쟁이 본격화된 것은 이미 수 년전 일이다. 브라질의 귀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지난 2010년 주요국의 통화전쟁 움직임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해 이후 글로벌 주요국 통화는 일제히 달러화에 대해 하락했고, 20% 이상 떨어진 통화가 10개에 이른다. 유로화와 러시아 루블화가 대표적이다.
골드만 삭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전 회장인 짐 오닐은 “유로화 하락이 유로존 경기를 부양하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유로화 약세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슈타 싱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치 평가절하가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구조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이 이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헤알화 급락에도 브라질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0.8%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1990년 이후 최악의 침체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통화 가치 하락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 7.7%까지 치솟으며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중앙은행은 침체 리스크에도 불구, 금리인상을 저울질해야 하는 실정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