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1조원 이상 공룡펀드 가치배당주 '눈에 띄네'
[뉴스핌=이에라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자 설정액 1조원 이상인 '공룡'펀드의 판도도 달라졌다. 과거 공룡펀드 목록에 대거 이름을 올렸던 성장주 펀드들이 자취를 감춘 사이 배당주와 가치주펀드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30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설정액 1조원 이상인 펀드는 7개로 집계됐다. 국내주식형펀드 규모가 가장 컸던 2009년 4월 당시와 비교하면 10개나 감소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설정액이 3조2622억원으로 가장 컸고 '교보악사파워인덱스'펀드가 1조993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 '한국밸류10년투자', 'KB밸류포커스','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1',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 등도 1조원을 넘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고배당주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자본이득과 배당이득을 동시에 추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형펀드 가운데 3조원대로 성장한 것은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처음이다.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기대감 속에 지난해에만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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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가치주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7년 이상 공룡펀드 이름표를 달고 있다. 2006년 4월 시장에 등장한 이 펀드는 이름처럼 '장기투자'를 지향한다. 주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 적정한 가격에 매도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 다른 가치주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는 주로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2009년 설정된 이 펀드는 2011년부터 규모를 키워나가며, 가치주 펀드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는 국내 대표적인 성장주펀드이다. 성장주 펀드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시황보다는 종목 발굴에 중점을 두고 운용된다. 장기 상승 여력이 높은 중대형 우량주와 수출주를 골고루 편입한다. 2009년 처음으로 1조펀드 대열에 합류한 뒤, 꾸준한 수익률로 인기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삼성그룹접립식펀드도 꾸준히 1조대 펀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종 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그룹주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교보악사파워인덱스 1'은 인덱스펀드로는 유일하게 공룡펀드로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배당·가치주펀드의 덩치가 커진 것은 박스권 장세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주식형펀드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는 대형 성장주를 중점적으로 편입하는 펀드들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면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펀드들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2009년 국내주식형펀드 시장이 가장 컸던 당시에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삼성마이베스트, KTB마켓스타 등 성장형 펀드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가고 덩치가 커지면, 초과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고, 자금도 빠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과정을 몇번 거치고 살아남은 펀드들이 공룡펀드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7개 공룡펀드의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5.01%, 10.44%로 국내주식형펀드 평균 성과(4.44%,-1.16%)를 웃돌고 있다.
운용업계 다른 임원은 "배당주펀드가 공룡펀드 1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 투자 분위기가 많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증시가 몇년째 박스권에 있고, 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많이 나오는 사이 성장주펀드들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증시가 상승 추세로 자리잡는다면 과거처럼 성장주펀드의 덩치가 다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선 임원은 "만일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탈피하고 장기적인 상승추세로 돌아서면, 공룡펀드 판도도 다시 성장주펀드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며 "대형주나 성장주 편입 펀드들이 성과가 좋아지면, 다시 그 펀드들의 규모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