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행령 개정안 발의...선의의 피해자 보호 목적
[뉴스핌=함지현 기자] # 장 모씨(52세)는 직장생활 27년 동안 모은 돈과 대출금을 더해 프랜차이즈 치킨집 'A'를 오픈했다. 평소 자주 시켜 먹었던 프랜차이즈였던 만큼 누구보다 깨끗하고 맛있는 치킨을 만든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치킨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조금 걱정이 됐지만 벌레가 나온 것은 지방 소도시에 있는 일부 가맹점의 얘기라 괜찮겠지 생각했다. 그동안 자신이 양심적으로 치킨을 만들어 온 것을 단골 고객들은 잘 알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 뉴스 이후로 SNS에서 A 치킨을 싸잡아 '벌레가 나온 치킨'이라는 조롱이 넘쳐나며 장 씨 가게의 매출 역시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가맹본점에 무슨 조치를 취해보라고 항의 전화를 해봤지만 현재 법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장 씨와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령 개정에 나섰다. 질 나쁜 음식 재료를 쓰는 등의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나쁜 가맹 사업장'에 대한 계약 해지를 쉽게 하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같은 브랜드로 영업을 하는 다른 선의의 가맹점들의 피해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빠르게 회복하게 돕기 위해서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앞으로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공포된다.
개정안에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점 운영과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음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함에 따라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 경우'가 추가됐다.
현재의 법령에는 가맹점 사업자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맹본부의 명성·신용을 훼손하거나 가맹본부의 영업비밀 등을 유출해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 경우를 가맹 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행정처분의 종류로 ▲그 위법사실을 시정하라는 내용의 행정처분 ▲그 위법사실을 처분사유로 하는 과징금 ▲과태료 등 부과처분 ▲그 위법사실을 처분사유로 하는 영업정지 명령 등이 적시됐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계약해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행정처분을 받은 사유로 인해 가맹본부의 신뢰가 떨어졌고, 이것이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는 등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정부는 문제가 생긴 가맹점을 즉시 퇴출시킨다는 인식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신뢰 회복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 남아있는 다른 선의의 가맹점도 보호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음식물 등의 위생이나 안전 부분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에는 수많은 가맹점이 있는데 문제를 일으켜 행정처분을 받은 한 가맹점 때문에 모든 가맹점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동시에 다른 선의의 가맹주들이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안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날 수 있는 유형을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현재 위생이나 안전 부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가맹본부 뿐 아니라 선의의 가맹사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